연초부터 예능계는 몸살이 났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방송 3사 예능국의 심각한 고민, 그 결과물들이 속속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고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시즌2를 내놓고, 옆 방송사에선 어떤 무기를 들고 나올지 서로 눈치 보기도 계속된다.
1, 2월 중 개편될 3사 예능 프로그램들의 라인업을 정리하면 꽤나 거창하다.
지난 12월 돌연 폐지된 MBC '놀러와'의 후속으로는 오는 14일부터 ‘토크클럽 배우들’이라는 새 토크쇼가 선보인다. 황신혜 심혜진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신소율 민지 존박 등 화려한 MC 군단을 자랑한다. 황신혜와 심혜진 등 기라성 같은 맏언니들과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여배우들이 빚어낼 하모니에 호기심이 고조되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주 이미 첫 선을 보인 MBC '일밤'의 한 신상 코너 '아빠! 어디가?'도 눈길을 끈다. 첫 회 이후 기대이상의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일밤'의 장기 부진을 끊어낼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런가 하면 KBS는 '승승장구'를 폐지하고 오는 22일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를 내놓는다. 국민 MC 강호동의 KBS 복귀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낳은 '달빛 프린스'에는 강호동 외에도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탁재훈, 정재형, 용감한 형제 등 개성 넘치는 MC들이 합류했다. 과연 이들의 조합은 어떤 모습일지, 또 버라이어티와 토크쇼를 합쳤다는 콘셉트의 정체는 무엇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어 SBS는 '강심장'을 시즌2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의 MC 이동욱은 하차의 뜻을 전했고 신동엽은 시즌2까지 출연을 지속할 계획인 가운데 '90년대 美의 아이콘' 배우 김희선과 윤종신이 새로운 MC로 합류한다. MC 라인업 외에 프로그램의 포맷 변화 내용 등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다. 프로그램 타이틀을 감안할 때 '강심장'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이번 개편이 과연 어떤 윤곽을 드러낼지 방송가의 핫이슈로 부상 중이다. '강심장2'는 시즌1의 녹화분을 다 소진하면 내달 중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SBS는 앞서 폐지된 고현정의 '고쇼' 후속으로 차인표, 혜민스님, 박찬호를 내세운 '땡큐'를 잠정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땡큐'는 이미 파일럿 형태로 2회분이 전파를 탄 가운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신고식을 마쳤다. 현재는 신년 특집 토론회가 전파를 타고 있는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정규 편성을 받아 본격 항해를 나설 예정이다. 배우와 스님,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세 남자가 여행을 통해 진솔한 속내를 꺼내 보이는 콘셉트가 호평 받은 결과다.
이밖에도 SBS 예능국은 이 외에도 몇 개의 파일럿 카드를 더 들고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어느 시간대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할지,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3사 예능국이 어느 때보다 북적거리는 1월을 보내고 있다. 편성 회의가 계속되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폐지, 혹은 신설 후보로 오르내렸다. 극비리에 MC 섭외 전쟁도 이어졌고 여론을 살피고 경쟁작 눈치까지 보느라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이번 몸살의 처방전은 결국 '경쟁력'이다. 상대 프로그램에 밀리지 않을 매력과 무기를 갖춰야만 이 긴 몸살도 끝이 난다. 3사 예능국이 한꺼번에 시름시름 앓게 된 것도 결국 다 경쟁력 부족이 원인 아닌가. 소재가 고갈되고 포맷이 진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청률이 내려가자 칼을 뽑아들고 새 사령탑을 영입하는 등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편이 성공을 거두지 않으면 언제라도 몸살은 또다시 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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