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극본 문은아, 연출 이창민)이 사기결혼의 전말을 알아차린 나비(염정아)의 분노를 그리며 복수극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그간 이어진 '나비부인' 속 인물들의 앞뒤 없는 악행과, 지나치게 얕은 감정 등 단선적인 전개와 더불어 막장 드라마로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해 우려의 시선을 남긴다.
12일 방송된 '나비부인'에서는 나비가 그토록 사랑한 로이킴(김성수)이 설아(윤세아)와 음모를 꾸며 자신과 사기결혼한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을 그려지며 새 국면을 맞았다.
이날 나비는 '나비부인' 1회부터 줄곧 전개돼 온 설아의 의도적 친절과 이유 없는 악행의 이유가 모두 자신의 인생을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된 접근임을 알고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주겠다며 복수를 선언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남편 로이킴 역시 내연녀가 있으며 자신을 배신한 당사자임을 깨닫고 따귀를 치는 등 '나비부인'은 이날 주인공 나비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과 그에 대한 결과를 총집합시키며 강한 충격을 안겼다.

후반부 진입을 앞둔 '나비부인'은 그러나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기 위해 사기결혼을 비롯한 계획 접근, 위선으로 점철된 친절 등 도를 넘는 설아의 악행이 멈추기는커녕 "인과응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막장' 혐의를 짙게 했다. 설아는 나비를 비롯한 그 가족들의 인생을 망가뜨리고도 자신에게 준 상처에 대한 댓가라며 조금도 뉘우침이 없는 모습으로 영혼 없는 캐릭터의 행동을 반복했다. 이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쯤은 가리지 않은 막장 드라마 속 인물들의 전형이었다.
로이킴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받은 상처와 그로 인해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떠돌이처럼 살아온 세월에 대한 회한만 보일 뿐 나비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자신의 악행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극중 악역으로 설정됐다 할지라도 이 같은 양심 없는 모습은 극에 대한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물들의 이 같은 품위 없는 행동 외에도 이날 '나비부인'은 방송 말미 나비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그리며 갈등의 갑작스러운 봉합을 예고하기도 했다. 우재(박용우)와의 러브라인을 그리기에 그간 벌려놓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실로 엄청나 이 같은 사고나 기억상실 외에는 봉합이 가능치 않은 진단에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당초 기획된 분량에서 절반까지 온 현재 '나비부인'이 나머지 분량을 과연 어떤 식으로 채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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