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다 좋았으면 좋겠어요. 승리 수-이닝 소화-평균자책점 뭐든지요”.
자신은 아직도 배우는 투수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시즌 종료 시에는 누구보다 활짝 웃는 투수가 되길 바랐다. 두산 베어스의 우완 영건 에이스 이용찬(24)은 이미 다음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우선지명 입단한 뒤 2009년 팀의 뒷문지기로 공동 구원왕(26세이브)이 되며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이 된 이용찬. 풀타임 첫 2년 간 통산 51세이브를 올렸던 이용찬은 2011시즌 5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 첫 해 가능성을 비춘 뒤 지난 시즌 10승 11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승리 수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만 26경기에서 3번의 완투와 한 번의 완봉승. 162이닝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7번(전체 공동 6위)으로 내실있는 활약상이었다. 12승을 올리며 선발진 새 주축이 된 노경은과 함께 이용찬은 지난해 두산 선발진이 내세운 히트상품 중 한 명으로 꼽기 충분했다.
오른발 골절상으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동료 홍상삼을 대신해 대표팀까지 승선한 이용찬은 현재 잠실구장을 찾아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어깨와 팔꿈치 상태는 1년 전 이맘때보다 훨씬 좋은 상태라 올 시즌에는 좀 더 빠른 직구 구속도 기대해볼 법하다.
“지난해는 어떻게 보면 잘했던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아쉬웠던 한 해였어요. 시즌 내내 그래도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꾸준하게 했다는 점은 제 스스로도 점수를 주고 싶어요. 다만 9승에서 10승으로 넘어갈 때 고비를 쉽게 넘지 못했다는 점은 제 스스로도 아쉽습니다. 4경기 중 2경기는 제가 부진했으니까요. 10승 그거 힘들더라고요”.(웃음)

시즌 중 9승에 머물러있을 때 이용찬은 “아홉수라는 말은 대체 누가 만든 거에요“라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뒤이어 이용찬은 ”선발이 왜 힘든 지 제대로 알았던 한 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체로 유망주들은 계투보다는 선발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만 대신 4~5일 가량은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로 뛸 때보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한 경기에서 공을 많이 던지잖아요. 그리고 등판이 없는 날에도 다음 경기를 위해 준비하는 운동량도 많고. 제 개인적으로는 연투를 할 때보다 한 경기 완투를 목표로 던질 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의 부상을 틈 탄 보결선발이지만 WBC 대표팀 승선은 태극마크를 바라던 이용찬에게 영광된 일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목전에 두고 탈락했던 이용찬은 이번 WBC가 프로 데뷔 후 첫 태극마크다. WBC 자체에는 병역 특례 혜택이 없지만 아직 병역 미필 상태인 이용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2009년 2회 WBC에서 병역 미필자로 승선했던 4명 중 2010시즌 부상을 당했던 롯데 박기혁을 제외한 세 명은 모두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되어 병역 특례를 받았던 바 있다. 선발-계투로 모두 경험을 갖춘 이용찬이 이번 WBC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이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배우러 간다는 생각으로 훈련 중입니다. 가서 잘하면 정말 좋겠지요. 그리고 그 활약을 발판 삼아서 내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팀의 장기적 계획 속 ‘서울팀의 에이스’로 지목된 이용찬인 만큼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국제대회 좋은 활약상을 기대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이용찬은 수치적으로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해보다 모든 부문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승리는 물론이고 이닝 수, 평균자책점 모두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라는 말로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에이스는 다음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차근차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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