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규모가 커진 것에만 만족했다가는 역효과를 맞을지 모른다. 프로 10구단 체제를 앞둔 지금부터 야구계 전체가 양적팽창이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계획적으로 준비해야만 한다.
한국 프로야구가 사실상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0) 이사회는 지난 11일 수원 KT와 전북 부영의 10구단 유치 경쟁에 대해 평가위원회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수원 KT가 평가위원회로부터 전북 부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고 다음 주로 예정된 총회에 10구단 주체로 수원 KT의 승인을 요청하기로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날 KBO는 10구단이 9구단 NC 다이노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올해부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2014년 퓨처스리그, 2015년 1군 경기에 나선다고 전했다. 출범 당시 만해도 6구단 체제로 하루 3경기가 열렸지만 10구단 체제로 진행되는 2015년부터는 하루 5경기가 진행, 양적팽창이 최근 프로야구 붐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작 몇 년 동안 갑작스럽게 규모가 커진 만큼 우려의 시선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흥행과 무관한 아마야구 사정을 돌아보면 한국 야구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힘들다. 일단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기 힘든 상황. 즉, 단순 드래프트만 놓고 봤을 때 10구단 체제에서도 이전과 똑같은 파이 속에서 선수를 수급 받게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격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10구단 체제 개막은 곧 프로야구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2007년 이후 당해 입단한 진짜 신인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당해 입단한 신인 신수가 규정경기수를 채우는 것도 버거운 상태다. 신생팀이 선수를 수급하는 데 있어 드래프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올해 NC와 2015년 KT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신생팀이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상위팀과 하위팀의 극명한 수준차로 리그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물론 KBO와 기존 구단들도 이러한 문제를 통감하고 아마야구 개선과 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 이미 KBO는 작년 6월 향후 10년간 고등학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목표로 하는 ‘베이스볼 펀드’를 조성했다. 10구단 KT가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제출한 만큼, KBO의 아마야구 지원 규모는 계획보다 더 커질 수 있다. 10구단 유치에 실패한 전북도 지역 아마야구 인프라 확충 계획은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인 1차 지명 제도 부활로 프로 구단 연고지에 위치한 중고교의 지원 규모도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야구는 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최정예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무대에선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나 세계청소년대회에선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선수 육성과 같은 인프라 부분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선수층 문제에 있어선 프로도 아마추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달 후에 열리는 제3회 WBC만 해도 에이스 투수와 중심타자의 불참소식에 여기저기서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인구수와 자본규모, 영토 등을 생각하면 한국 프로야구는 10구단 체제가 곧 한계점이라 볼 수 있다. 이미 프로리그는 규모를 갖춘 만큼, 이제는 야구계 전체가 내실 다지기에 전력투구해야만 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