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프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새롭게 SK의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맥스 베너블(56) 코치도 그런 경력을 높게 평가 받은 경우다.
SK는 지난 6일 2013년도 코칭스태프 보직을 확정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베너블 1군 타격코치다. 베너블 코치는 1976년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고 메이저리그(MLB) 12년 통산 727경기에서 2할4푼1리의 타율과 18홈런, 128타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잠깐 뛴 경력이 있는 베너블 코치는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올해 SK에 합류했다.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코치들은 더 이상 낯선 존재들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마운드, 주루 및 수비, 혹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활약했다. 타격코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또 미국 출신 코치도 드물었다. 그런 측면에서 베너블 코치는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식 교육기법이 몸에 배어 있는 베너블 코치의 조련방식은 국내와 어떤 식으로든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효율성도 관심사다.

외국인 타격코치는 이만수 SK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감독은 “SK의 미래를 위해 결정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때 성적을 내기 위해 갖다 맞히는 타격에 익숙해지다 보니 선수들이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이 감독은 “공격적인 타격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타격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공격적 성향의 미국인 타격코치를 영입한 이유다.
이 감독의 요청을 받은 SK는 몇몇 후보군을 추렸다. 이를 이 감독이 꼼꼼하게 살폈다.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후보자들과는 면접도 봤다. 이 감독은 “젊은 코치도 있었고 유명한 코치도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그 중 선택을 받은 이가 베너블 코치였다. 이 감독은 “일단 경험이 가장 많았다. 설명하는 방법론도 잘 되어 있었다. 또 투수와 싸우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색경력도 이 감독과 SK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감독은 “그 정도 레벨의 코치라면 거의 투잡을 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베너블 코치의 부업은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감독은 “어린 아이들이라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타격 기본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처음부터 세세하게 가르쳐야 한다. 타격에 대한 풍부한 이론은 기본이다. 가르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집중력이 산만한 어린 아이들은 참고 견딜 줄 아는 성인들과는 또 다르다. 가르치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 인내력이 필요하다. 이 감독과 SK는 베너블 코치의 이런 경력이 SK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언어다. 그러나 SK에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베너블 코치와 함께 1군 타격코치 보직을 맡은 최경환 코치다. 미국 생활을 오래한 최 코치는 영어가 현지인 수준이라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코치는 베너블 코치의 곁에 함께하며 1인 2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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