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스피드업', 최대 과제는 무엇?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13 14: 30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미국 진출을 맞이해 ‘스피드업’을 선언했다. 메이저리그(MLB)의 강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구속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최대 관건은 역시 체력 관리다.
오는 1월 중순 출국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은 개인훈련을 하며 MLB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해야 할 것은 산더미다. 일단 언어나 문화를 비롯한 현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경기가 많고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MLB 일정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 다음은 경기력 관리라고 할 만하다. 초점은 구속에 맞춰져 있다. 류현진은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구종을 추가할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구종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체인지업, 커브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구종을 더 예리하게 다듬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구속 향상에 대해서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변화구가 돋보이려면 기본적인 직구 구속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2012년 평균 구속은 143㎞ 정도였다. 약 89마일 정도 된다. 왼손투수임을 감안할 때 느린공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MLB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린 다른 왼손투수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150㎞에 가까운 평균구속을 자랑하는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는 차치하더라도 145㎞ 이상의 평균구속을 가진 왼손투수들이 즐비하다.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지난해 평균구속이 145㎞이상인 왼손투수만 해도 24명에 이른다.
물론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톰 밀론(오클랜드)과 같이 상대적으로 느린공을 가지고도 성공한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제구가 된다는 전제 하에 구속은 빠를수록 좋다. 또 MLB 타자들은 전체적인 기량에서 국내 타자들보다 한 수 위다. 게다가 힘도 강하다. 밋밋한 직구는 언제든지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기 싸움 측면에서도 구속은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구속은 쉽게 향상될 수 있을까. 평균 구속 145㎞에 이르기 위한 ‘2㎞’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한 기술적 보완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상문 MBC SPORTS+ 해설위원은 “집중력만으로도 2㎞ 정도는 어렵지 않게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류현진은 아직 젊은 나이다. 마음만 먹으면 1~2㎞ 정도는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MLB에서는 아무래도 준비과정과 긴장감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면서 “다소간 여유가 있었던 국내무대에 비해 집중력이 더 높아질 MLB에서는 구속이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억지로 짜내면 제구가 흔들릴 수 있지만 집중력과 긴장에서 나오는 구속 향상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건은 체력이다. 한 경기에서 더 빠른 직구를 던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구속을 시즌 막판까지 끌고 가 평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 유연함이 있었던 한화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5인 로테이션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기초 체력을 충분히 만들어야 함은 물론 시즌 중에도 세밀한 체력 관리가 필수다. 이런 경험이 부족하기에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MLB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텍사스)도 동양인 이상의 체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적잖은 고생을 했다. MLB에서 124승을 거둔 박찬호도 타고난 체력은 물론 철저한 자기 관리가 성공의 비결이었다. 양 위원은 “기술적인 부분은 더 이상 손 댈 곳이 없다. 제구도 괜찮기 때문에 1년을 버틸 수 있는 체력만 쌓는다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