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이준과 함께 가상부부로 출연중인 배우 오연서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 시청자들은 배신감과 함께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진짜 같았던 예능커플들이 갑작스러운 실제 연인의 등장으로 깨어지는(?) 일들이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던 것.
가장 최근으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개리와 송지효 커플을 들 수 있다. 일명 ‘월요커플’이라 불리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두 사람은 갑작스런 송지효의 열애설 인정으로 어색한 사이가 됐다. 이후에도 개리는 ‘월요병’이 있다며 송지효에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거나 방송에서 송지효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하며 ‘월요커플’의 부활을 알리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실제로 기대할 것이 없는 두 사람의 관계다.
‘우결’의 원조 커플 알렉스와 신애 커플 역시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로맨틱한 이벤트와 멘트로 방송 내내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됐던 알렉스는 ‘우결’을 통해 신애를 향한 애정을 과감하게 표현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방송을 하차한 지 1년 만에 신애가 결혼을 발표했고, 방송 당시 진짜 같았던 신애-알렉스 커플이 실은 다른 연인을 만나면서 시청자들을 속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게다가 알렉스가 마치 실연을 당한 것처럼 생각하며 그에게 위로의 글을 남기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이에 당시 알렉스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신애의 결혼을 축하하는 글과 함께 “저 위로하시는 분들. 그러실 힘 있으시면 축하를 더 해주시는 게 더 좋을 듯”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표현하며 가상과 현실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에도 러브라인이 등장하면 시청률이 상승하듯, 예능에서도 실제를 방불케 하는 커플의 탄생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시청자들은 예능에서 보인 설레는 모습 그대로 실제에서도 두 사람이 커플을 이루기를 바라는 기대심리를 갖고 있지만, 따져보면 예능커플이 실제 커플로 공개연애를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우결’의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 조권-가인 커플, SBS ‘X맨 일요일이 좋다’의 윤은혜-김종국 커플 등 진짜 같은 애정표현으로 시청자들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예능 커플들은 프로그램의 종영이나, 하차 이후에는 조용히 분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인관계라는 것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아무리 좋은 감정이 있다 해도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고, 카메라 밖 수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심을 드러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상 공식연인이라면 자신의 실제 마음의 크기보다 조금 더 표현하고 과장하며 연인처럼 행동해야 할 때도 있어 스스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릴 수도 있을 터. 그래서인지 예능 커플들은 실제 공개연인으로 발전하기보다 좋았던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에도 KBS 2TV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에 함께 출연중인 김기리-김지민, ‘우결’의 황광희-한선화 커플 등이 실제 같은 연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 속에 주목받고 있다. 커플로서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들의 부담감 또한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짜 같은 예능의 인기가 계속되는 한 프로그램 속 러브라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 역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ujen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