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배구판을 수놓았던 남자부 슈퍼스타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오히려 1·2년차로 구성된 여자부 새내기들에게 혼쭐이 났다. 그러나 편법까지 동원한 끝에 승리하며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V-리그 올스타전’에서는 흥미로운 번외경기가 열렸다. 50대 이상 현역 감독과 배구인으로 구성된 ‘올드보이즈’와 여자부 프로배구 1·2년차 선수들로 구성된 ‘영걸스’의 대결이 그것.
‘올드보이즈’는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을 비롯, 강만수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장,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 장윤창 경기대학교 교수,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등 왕년의 스타들로 구성됐다. 코트의 명판관 김건태 심판도 합류했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숨길 수 없었다. 마음은 청춘이었지만 좀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당초 1세트 15점 단판 승부로 예정된 이 경기는 예상과는 다르게 듀스접전이 벌어졌다. 초반은 영걸스의 우세였다. 곽유화(도로공사), 이소영(GS칼텍스), 조송화(흥국생명) 등으로 구성된 ‘영걸스’ 팀은 대선배들 앞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뽐내며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다. 반대로 ‘올드보이즈’ 선수들은 좀처럼 땅에 붙은 발을 떼지 못하며 연신 헛웃음만 지었다.
경기가 끌려가자 ‘올드보이즈’는 편법도 동원했다. 처음에는 6대6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2명을 더 늘려 8대6 경기를 벌인 것. ‘올드보이즈’는 교체 지시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강만수 위원장을 코트에 투입시키는 등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끝에 11-11로 따라 붙었다. 수적 우세를 등에 업고 기본적으로 뜬 3인 블로킹과 후위에만 4명을 포진시킨 그물망 수비(?)가 위력을 발휘했다.
15-15에서 장윤창 경기대 교수의 공격으로 리드를 잡은 ‘올드보이즈’는 명세터 출신 이경석 감독의 토스 범실로 위기에 몰렸다. 시간 관계상 17점까지만 진행하기로 한 이 경기에서 올드보이즈는 상대 이소영의 공격 범실에 힘입어 혈투를 마무리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오래간만에 땀을 흘린 올드보이즈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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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