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수, “숫자 놀음 사절, 운동량 승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14 06: 11

“생각해보면 (이)대호형이 시즌을 앞두고 먼저 ‘몇 홈런을 치겠다, 타율 얼마를 치겠다’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숫자 놀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하려고요”.
젊은 나이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4~5년 전 성장세가 굉장히 컸기 때문일까. 그를 일컬어 ‘타격 기계’, ‘사못쓰’라는 별명이 붙으며 팬과 스스로의 기대치는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실적이 반비례하며 아쉬움이 커졌던 최근이었다. 그 김현수(25, 두산 베어스)가 이제는 숫자 싸움에서 벗어나 ‘편안한 타격’에 도전한다.
2006년 두산에 신고선수 입단한 뒤 이듬해부터 1군 풀타임 멤버로 자리잡기 시작한 김현수는 2008시즌 3할5푼7리로 타격왕좌에 오르며 단숨에 국내 굴지의 컨택 히터로 떠올랐다. 이듬해 김현수는 전년도와 똑같은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로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김현수는 자신이 원하는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2010년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의 호성적을 올렸으나 시즌 막판 안타가 많이 나오며 타율이 급상승했던 성적이다. 2011시즌 3할1리 13홈런 91타점으로 성적이 하락했던 김현수는 지난해 2할9푼1리 7홈런 65타점으로 5년 연속 3할 타율과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실패했다. 예년에 비해 약화된 타선에서 그래도 고군분투했던 김현수였으나 잔부상이 겹쳤고 슬럼프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지며 마음고생도 심하게 했다.
이번 김현수의 비시즌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성적 하락과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줄어든 감도 있었고 덕분에 선수 본인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어갔다.
“마음껏 먹고 운동도 제가 하고 싶을 때 편안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운동량이 적었던 것은 아니고. 지난해까지 비시즌에도 사실 운동량은 많았거든요. 특히 황병일 수석코치께서 ‘이번에는 숫자 싸움 하지 말고 편하게 가자’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수치적인 목표는 사실상 없어졌으나 그렇다고 김현수의 훈련 태도가 나태해진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좀 더 많이 훈련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반성했다. ‘그래도 지난 시즌 부상이 있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하자 김현수는 “아픈 것도 결국 내 책임으로 결부된다”라며 확실한 몸 상태로 다시 전 경기 출장의 꿈을 밝혔다.
“팀이 원할 때 원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어야 했어요. 아팠다고는 해도 결국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제 책임입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경기를 못하지 않는 한 부상과 부진은 제 책임입니다. 그만큼 확실한 몸 상태를 만들고 올해 전 경기 출장을 해보고 싶어요”.
숫자 놀음, 숫자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이에게 시즌 목표를 물어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왜 수치적인 성적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을까. 황 수석코치의 조언 뿐만 아니라 이대호(오릭스)의 영향도 있었다. 스탯의 틀에서 벗어나 힐링 타임을 갖고 있는 아들을 위해 부모님도 최대한 배려 중이라는 김현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주위에서도 숫자 놀음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돌아보면 대호형이 2010년 타격 7관왕을 하거나 할 때 스스로 먼저 ‘홈런 몇 개-타율 얼마’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잖아요. 숫자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운동량은 확실히 많이 갖고 가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2~3년 전 ‘조만간 4할 타율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라는 평을 받던 김현수의 성장세는 최근 조금씩 주춤했다. 대신 그는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자유로워졌다. 타석에서의 편안함으로 2013시즌을 준비 중인 김현수는 시즌 말미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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