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끝에 KT가 경기도 수원시를 연고지로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인공으로 탄생했습니다. 야구계는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입니다. KT와 수원이 돔구장, 독립리그 창설 등 야구계의 현안들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것임을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인프라 뿐만아니라 야구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신생구단 창단을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 없는 기존구단도 있습니다. 근년들어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만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특히나 신생구단 창단에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한화는 신생구단이 또 하나 늘어나게 되면서 당장 전력보강에 비상이 걸리게 됐습니다.
재작년 시즌 7위로 꼴찌는 면해 작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이 넥센 히어로즈에 있었지만 올해는 작년 최하위인 탓에 드래프트 우선권이 한화에 있게 됩니다. 하지만 신생구단 창단으로 인해 이 1순위 지명권이 한화에게 보전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형국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한화는 재작년 7위로 작년에도 더 나은 유망주를 드래프트에서 뽑을 수 있었지만 신생팀에 양보하는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연고지 1차 지명이 부활돼 한 숨은 돌리게 됐지만 2차 지명 1순위를 장담하지 못해 전력보강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입니다.

고교유망주 한 명 못데려오는 것이 당장 전력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는 말도 있지만 미래 주축선수 후보감을 신생구단에 넘겨줘야하는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가뜩이나 시즌 종료 후 기존 전력에서도 주전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백업선수를 신생구단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망주도 잃고 기존선수도 붙잡을 수 없는 한화로서는 아픔이 큽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10구단으로 탄생할 수원 KT는 9구단 NC 다이노스만큼 전력보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한 차례 NC가 기존 구단에서 알짜선수들을 쇼핑해간 터여서 기존 구단 선수중에 뽑을 선수가 적어진데다 신인 드래프트 권리도 이전과는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일각에서는 “한화를 비롯한 하위팀들에게는 신인 지명권에서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사회 등에서 이 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질 수도 있다”며 구단간 전력평준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갈 용의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NC처럼 지원책을 적용하다보면 자칫 기존 구단들의 전력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무대에 데뷔하는 NC 다이노스가 기존 구단들을 제치고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다면 기존 구단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신생팀 전력보강을 위해 출혈한 것이 역으로 기존 구단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신생팀이라고 좋은 성적을 내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창단하자마자 기존팀 들을 뛰어넘어 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신생팀은 2, 3년간은 전력다지기로 봐야하는데 바로 호성적으로 이어지니 기존구단들의 신생팀 지원방안이 더 짜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한화처럼 연고지 고등학교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팀으로선 자기네가 키운 유망주를 신생팀에 내주는 것이 못내 아쉬울 것입니다. 한화 연고지인 천안에 있는 북일고는 한화그룹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야구는 특히 전국에서 가장 좋은 지원을 하는 학교로 유명합니다.
학교에서 야구부 지원이 많아 학부모들이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국의 유망주들이 모여드는 학교이고 덕분에 전국대회에서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NC 다이노스에 1순위로 지명돼 입단한 최대 유망주 투수 윤형배를 배출하는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은 학교입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전국상위권 유망주를 한화에서는 제대로 데려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답답할 노릇인거죠. 한화그룹에서 투자해 키운 유망주가 타구단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그대로 쳐다보고만 있는 셈입니다.
비단 한화 뿐만아니라 근년에 하위권의 단골멤버들인 LG와 넥센도 신생구단으로 유망주들이 쓸려가는 것이 아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전력에 도움은 안되더라도 미래 주축전력이 될만한 유망주들을 못데려가니 아쉬울 수밖에요. 그렇다고 신생팀을 지원하지 않고 나몰라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기존구단들과 KBO의 고민입니다.
신생팀의 전력갖추기도 이루고 기준구단들 특히 하위권팀들의 전력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인 드래프트, 외국인 선수 등에서 하위권팀들도 배려하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