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도도? 이제부터 장희진을 말할 땐 이런 단어는 빼도 되겠다.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이하 서영이)의 장희진이 최근 생긴 '국민 악녀' 별명에 대해 쿨한 소감을 털어놨다.
"데뷔한지 10년 됐는데, '서영이' 출연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거 같아요. 비판 의견이나 악플이 무관심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고요. '국민 악녀' 별명도 생겼지만 좋은 일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하려고요. '서영이' 이후에도 전 아직 보여줄 게 많기 때문입니다."

장희진은 14일 오후 OSEN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악녀'로 등극한 요즘의 기분을 담담하고 털털하게 풀어놨다. 극 초반부터 우재(이상윤 분)와 서영(이보영 분)의 결합에 훼방꾼 역할을 해야 했던 선우(장희진 분)는 급기야 지난 주말 방송분에서 결국 우재의 모친에게 서영의 과거사를 폭로해버리고 말았다. 선우의 만행(?) 때문에 우재-서영 부부의 앞날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고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선우를 향해 "에이, 이 나쁜 계집애"라는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늘 그렇게 욕먹는 일상이다. '서영이' 출연 이후 그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악녀 소리를 듣고 있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기사들을 살펴보며 반응을 모니터하는데 주구장창 올라오는 비난 의견들을 보며 이조차 관심이라 생각, 연기 동력을 얻는다는 멋진 아가씨다.
지난 2003년 데뷔해서 알고 보면 꽤나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장희진' 이름 석 자 알리기도 녹록치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영이'를 만난 건, 데뷔 10주년을 맞는 배우의 입장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청률 40%를 훌쩍 넘긴 국민드라마. 작품의 흥행에 힘입어 장희진 역시 유명해졌고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됐다. 이번 작품, 이번 역할을 계기로 한층 다채로운 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늘어날 거란 기대도 생겼단다.
"물론 악플들을 보며 속상할 때 있죠. 선우 캐릭터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분들도 많고요. 사실은 선우와 우재의 과거를 비롯해 대본에는 있지만 편집된 얘기들이 좀 있어요. 선우와 우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오래 만나왔고 유학시절에는 술에 취해서긴 하지만 키스도 나눴던 관계란 말이죠. 서영만 없었다면 선우와 우재의 결합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몰라요. 그렇게 안정적이던 관계가 서영이란 여자가 나타나며 급변한 거죠. 우재가 두 달 만에 서영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선우를 밀어내는 데 속상한 감정은 당연한 거 아닐까요, 여자라면.(웃음)"

장희진 역시 연기를 하며 선우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고민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선우를 사랑한다. 실제의 장희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보듬으려 애썼다.
"조금은 아쉬운 면들도 있지만 선우는 분명 제가 애정을 가지는 캐릭터예요. 작가 선생님의 생각이 '세상엔 무조건 착한 사람도, 덮어놓고 나쁜 사람도 없다'는 거거든요. 후반부에는 악녀 선우도 예쁘게 풀어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질투의 화신,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입 꼬리를 파르르 떨며 분노하는 선우는 온데간데없었다. 도리어 잘 웃고 나긋나긋하며 또 기대이상 쿨하고 털털한 아가씨가 장희진이었다. 다음번엔 시크한 악녀 말고 촌티 폴폴 풍기는 순둥이나 나쁜 남자한테 호되게 당한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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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