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에 제 모든 걸 걸어보려고요".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사이드암 조용훈(26)은 지난 2006년 2차 4라운드 전체 32순위로 당시 현대에 입단했다. 4라운드였으나 당시 1라운드가 강정호, 2라운드가 김영민으로 가장 '신인 수확'이 잘됐던 해였다. 조용훈은 2007년 입단 2년차에 1군에 데뷔, 팀의 셋업맨으로서 4승7패 9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임태훈(두산)과 신인왕 경쟁을 벌였다.
조용훈은 그러나 2008년부터 설 자리를 조금씩 잃었다. 팔꿈치 통증도 발생했다. 2010년 상무에 입단한 그는 결국 그해 10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과정에 들어섰다. 재활은 순탄치 않았고 그는 2011년 9월 제대하고 나서도 지난해까지 계속 재활과 실패를 반복했다. 한때 '현대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렸던 그의 재활은 어두운 터널 같았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 조용훈 긴 공백 끝에 지난 겨울 팀내 재활조와 함께 사이판 훈련을 소화한 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조에 합류, 목동과 원당구장을 오가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팔꿈치는 아픈 곳 없이 좋은 상태다. 3년 만에 밟을 1군 마운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에 목숨을 걸 각오로 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입대 전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금 당장 그만큼은 무리겠지만 그때가 그리워서 다시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다. 올해가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걸겠다. 올해 3년만에 1군 무대에 진입하는 것, 나아가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1군에 남아있는 것이 목표"라고 절실함을 드러냈다.
몸상태는 60~70% 정도 올라와있다. 조용훈은 "입대 전에 비해 몸무게가 6~7kg 정도 찌면서 힘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속을 올리면서 중요할 때 쓸 주무기를 제대로 연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 팀이 멤버가 정말 좋다. 팀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중요할 때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용훈이 최근 의지하고 있는 스승은 '초보 코치' 김수경(34) 불펜코치다. 코치와 제자로 만나기에 앞서 조용훈은 1군 첫해인 2007년 김 코치가 12승을 올리며 재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용훈은 "12승을 올리시면서도 끊임없이 훈련을 하셨다. 그런 성실함을 많이 닮고 싶다. 최상덕 코치님도 정말 좋고 프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훈이 1군에 합류하게 되면 넥센은 1군에 김병현(34), 한현희(20) 등 잠수함 투수를 다수 보유하게 된다. 재활조에 포함돼 먼저 애리조나에 건너가 있는 마정길(34)도 몸상태가 올라와 있다.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모두 우리 팀에서 역할이 있다. 미국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고 보직을 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조용훈이 넥센의 '잠수함 왕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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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