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자꾸 떨어지네… 방법을 찾아봐야하나”
SK 감독실 책상 맞은편에는 상황판이 있다. 선수들 및 코치들의 이름표가 빡빡하게 붙어있다. 크게 1군에서 뛰는 선수들, 2군에서 뛰는 선수들, 그리고 재활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로 나뉜다. 1군은 더 세분화된다. 각 포지션별로 분류됨은 물론 선발후보들, 필승조, 아직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 선수들로 묶인다.
그런데 이 이름표가 자꾸 떨어진다. 접착력이 예전만 못해서다. 이만수 SK 감독은 “하도 붙였다 뗐다 하니 이제는 자꾸 떨어진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이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어떤 선수를 선발후보군에 넣었다가 다시 중간으로 옮겨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구석의 예비 자원 명단에 있다가도 가능성이 보이면 슬그머니 가운데로 들어오는 일 역시 비일비재하다.

이 감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다음에 오면 이 배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그만큼 올 시즌 전력구상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SK는 이탈 선수들이 제법 된다. 특히 4번 타자 이호준과 마무리 정우람의 공백이 크다. 에이스 김광현도 어깨 상태 때문에 고민이다. 반대로 추가된 전력은 많지 않다. 가진 자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 감독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선발진이다. 선발진에는 무려 12명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송은범 채병룡 김광현 윤희상 엄정욱이라는 기존 선수에 외국인 선수 크리스 세든이 합류했다. 여기에 문승원 여건욱 이한진 제춘모 허준혁 백인식도 이 감독이 생각하는 선발 후보들이다. 해프닝 끝에 계약이 해지된 덕 슬래튼의 대체 선수도 일단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13명이 된다. 치열한 경쟁이다.
필승조도 고민이 있다. 이 감독은 일단 박희수의 이름을 맨 마지막으로 빼놨다. 현 시점에서는 마무리가 유력하다. 그러나 이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왼손 필승조로 생각했던 슬래튼이 빠짐으로써 박희수가 원래 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선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이에 비해 야수들은 익숙한 얼굴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주전은 없다는 게 이 감독의 강조사항이다. 이 감독은 “모든 것은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 올 시즌 개막전 때 이 상황판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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