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베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한화가 간베 토시오(70) 전 KIA 투수코치를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간베 인스트럭터는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게 된다. 이미 1군의 송진우·이대진 투수코치와 신용균 인스트럭터가 25명 캠프 명단에 오른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투수코치 경력 30년의 베테랑 간베 인스트럭터까지 초빙했다.
간베 인스트럭터의 합류는 김응룡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감독은 투수진 강화 차원에서 캠프에만 무려 25명의 투수를 데려가는데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 확실하게 검증된 투수가 많지 않은 한화는 투수들의 잠재력 끄집어내는 게 절실하다. 캠프에 투수만 무려 25명을 데려가는 것도 어떻게든 가능성있는 투수를 한두 명이라도 발견하기 위함이다.

특히 간베 인스트럭터는 한국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지도자였다. 2008~2009년 2년간 KIA에서 투수들을 지도하며 2009년 타이거즈 10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간베 인스트럭트가 팀을 맡기 전이었던 2007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8위(4.49)였던 KIA는 2008년 4위(4.08)에 이어 2009년 2위(4.39)로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됐다.
미완의 대기였던 좌완 유망주 양현종을 일약 특급 투수로 키워냈고, 유동훈·손영민·곽정철 등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시기도 바로 간베 인스트럭터 시절이었다. 한화도 이 같은 간베 인스트럭터의 선수 육성능력을 높이 사며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투수들을 키워내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건강 문제도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화에는 가능성있는 투수들이 많다.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있는 김혁민을 비롯해 안승민·유창식·윤근영·이태양·조지훈·김강래·송창현`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유창식·윤근영·김강래·송창현 등 왼손 투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2009~2010년 양현종의 모습을 재현할 투수가 나올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 구단도 "양현종을 키워낸 간베 코치의 실적이 영입에 많이 반영됐다"고 기대했다.
김응룡 감독의 간베 인스트럭터 영입에는 분업화된 지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송진우·이대진 투수코치뿐만 아니라 신용균·간베 인스트럭터 등 4명의 투수 지도자에게 맨투맨 방식으로 붙이는 것이다. 이미 타격 분야에서도 김 감독은 2명의 타격코치를 운용하며 김종모 타격코치에게 타자 전반 맡기되 군제대한 김태완과 정현석을 전대영 타격코치에게 붙여놓고 있다. 일종의 분업화다.
한화는 본격적인 추락이 시작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그쳤다. 투수진 붕괴가 팀 추락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올해는 에이스 류현진을 비롯해 기존 투수 전력까지 상당수 빠져나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최대한 많은 투수들과 코치들을 붙여 어떻게든 키워내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연장 선상이 바로 간베 인스트럭터 영입. 김 감독의 노림수가 투수진 재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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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