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이주승, “청소년기 방황 없던 이유? 영화”[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1.15 09: 27

이주승이라는 이름은 일반 관객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다. 올해로 스물다섯 살인 그는 사실 연기경력만 벌써 8년차에다 지금까지 출연한 8개의 영화 중 7개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실력파다. 주로 저예산의 독립영화들에 출연해 많은 관객의 눈에 익숙한 얼굴은 아니지만 그가 주연한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에게는 누구보다 존재감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 성유리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누나’에서 그는 자신을 동생으로 여기고 다가오는 윤희(성유리 분)로 인해 변화를 경험하는 불량 청소년 진호 역을 맡았다. 영화 내내 그는 폭력적이고 어두운 모습을 보인다. 옆에서 반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듬직한 청년과 영화 속 아직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한 문제아 고등학생의 모습이 매치되지 않아 물었더니 영화를 찍고 개봉하는 사이 군대를 다녀왔단다.
“장편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 ‘장례식의 멤버’였어요. ‘누나’ 감독님이 그 작품 보시고, 만나보고 싶어서 연락 와서 얘기를 했었는데 한 달 두 달 동안 연락이 없어서 안 됐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U.F.O.'를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오디션 보고 다른 애들도 봤는데 제가 기억에 남으셨대요”  

군대를 다녀와 살이 10 킬로그램 정도 빠지면서 젖살까지 빠졌다는 그는 ‘누나’를 찍을 때 이미 대학생이었지만 십대 청소년인 역할로 인해 진짜 고등학생들과 연기를 맞춰야 했다. 함께 출연했던 아이들은 어려보이는 그의 얼굴 때문에 첫 만남부터 겁 없이 “너 몇 살이야?”라고 묻기도 했다고. 싱글싱글 미소를 지으며 “응 형은 스물두 살이야”라며 당시를 재연하는 그의 모습에서 장난기가 묻어나왔다. 본래 성격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반항심 가득한 고등학생 역을 소화해 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뭔지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경태라고 찌질 한 친구를 때리는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호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엄마 때리고 자신은 집 한 구석에서 오줌을 쌌던 기억이 있어요. 커서 그걸 잊고 싶은데 괴롭히던 애가 오줌을 싸니까 트라우마가 터져서 때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제일 슬픈 장면이에요. 폭력인데 아픔이 묻어있는 폭력이기 때문에 그 장면이 나빠 보이면 안 돼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안 나쁘게 나와서 좋아요”
 
영화를 찍으며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은 배우 성유리와 이원식 감독이었다. 두 사람과의 관계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평소 대화보다 촬영 중 대사가 더 많을 정도로 서로 말을 안 했다고.
“(성유리가) 불편할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워낙 유명한 분이니까. 그런데 편했어요. 평소에도 누나처럼 해주셨어요. 굉장히 털털하세요. 그게 성유리 누나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나마 친해졌는데, 촬영 때는 안 친했어요. 사실 감독님하고 저하고 유리 누나하고 셋 다 내성적이에요. 셋이 모이면 대사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정도였어요. 감독님도 디렉션을 많이 안 주셔서 대화할 시간이 없었거든요(웃음)”
그는 성유리와 이원식 감독처럼 자신 역시 내성적이고 붙임성 없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전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그래서 가끔 유리누나를 보면 신기해요. 인터뷰할 때보면 활짝 활짝 웃고.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을 잘해. 저는 보통 말을 하고 나서 '붙임성 있게 했었어야 되는데' 하고 나중에 생각하는 편이에요. 낯가림이 심한 거죠. 친해지면 말을 잘하는데 초면에 말 거의 안 해요”
2007년에 데뷔한 이주승에게 영화 배우라는 길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었다. 선수로 활동하던 태권도를 그만두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들을 찍기 시작했고, 고3에 가서는 오디션을 보고 장편영화에 출연했다. 또래들보다 비교적 소신 있고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지만 첫 시작부터 위기는 있었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 사기를 당한 것.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 쪽에 일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 당했어요. 그런 건 다른 애들한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나도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빠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사기꾼들이 돈만 받아먹고 뒤통수를 날린 거예요. 그런데 그게 영화를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하고 싶은 일을 처음 한 거라, 끝까지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든 거죠. 이후로 연극부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고 단편 영화들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시작해 이십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주로 영화에만 출연했다. 특별한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건지 물었다.  
“제가 조금 또래 애들하고 달랐던 게 또래 친구들은 방송 매체를 많이 타고 싶어해서 그런 쪽으로 문을 많이 두드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영화가 좋아요. 평소 만들기나 미술 작품처럼 어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는 걸 좋아해요. 고생을 한 만큼 하나의 작품으로 나오는 거요. 언젠가는 텔레비전에도 도전해야겠죠.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웃음) 지금까지는 유명세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돈 욕심도 없고. 그냥 영화에 미쳐서 계속 했는데, 이제는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그러네요(웃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을 ‘방치남’이라 말하며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밝혔다. 많은 간섭을 하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묻어나는 듯도 했다.
“저는 2살 때부터 방치 상태였어요. 아까도 연기를 하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 했다고 했지만, 그냥 ‘할 게’하고 말한 수준이에요.(웃음) 전혀 관여 안하시고, 통금시간도 없어요. 완전 프리하게 살았어요”
자유로운 환경으로 인해 나쁜 길에 들어서거나 한 적은 없었을까. 유난히 영화 속에서도 어두운 고등학생들 역을 많이 한 만큼 실제 학창시절의 이주승은 어땠는지 물었다. 
“영화처럼 불량 청소년인 적은 없어요. 조금 방황하는 청소년? 학교에 안가고, 가출을 해도 방치상태기 때문에 부모님은 제가 친구 집에 자고 온 줄 아세요. 그렇게 보면 가출한 적은 없는 셈이죠. 이사를 많이 다녀서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방황을 했어요. 영화라는 꿈이 없었으면 불량 청소년으로 나갔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얼마 전에도 부모님이 얘는 방치했는데 이렇게 잘 컸다고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방치남’이에요(웃음)”
 
군대를 다녀와 많은 것을 느꼈다는 그는 예전보다 자신이 조금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군대에 있으면서 하나하나 소중했던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아쉬웠던 점들도 뒤늦게 생각이 났다고. 지금 찍고 있는 영화 ‘셔틀콕’을 찍으며 처음으로 감독에게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만 맡으니 배역에 대한 갈증이 있다.
“아쉬운 점은 많아요. 스무 살 나이 대에 경험한 걸 연기로 하고 싶은데, 고등학생이니까. 거기에 한계가 있어요. 지금의 삶보단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하는 거니까요. 고등학생 때의 감정이 무뎌지고요. 이제는 고등학생인 척을 해야 하니까. 스물두 살 나이면 좋겠어요. 이제 스무 살 이상 역할을 맡을 거에요”
오랜 시간 영화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을까. 아직 불안정한 이십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든 적은 없었는지 묻자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유독 긍정적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될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어요. 멀리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한 작품만 집중하니까요.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미래 걱정 하지 말고 하나하나 할 때 잘하자. 지금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걱정이 없어요”
이런 자신감이 배우 이주승을 빛나게 하는 매력이자 어린 나이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믿음과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가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알 파치노다.
“사람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그가 찍은 영화가 100개라면 그 중에 50은 갱 50은 경찰이에요. 계속 똑같은 직업을 연기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을 찾아서 직업에 구해 받지 않고 사람을 연구해서 연기를 해요. 자기도 캐릭터도 아닌 그 가운데 점에서 사람을 만드는, 아예 새로운 걸 창조해 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조니 뎁 같은 배우도 그렇고. 한국 배우는 (닮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저희 나이 또래에서 롤 모델은 하정우, 박해일, 정진영 선배님이에요”
걱정 없이 하루하루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냥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저 배우 참 좋아, 하고 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 연기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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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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