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 원빈, 류승룡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언뜻 보면 개성과 색깔이 확연히 다른 배우들이지만 필모그래피에서 공통되는 점이 눈에 띄는 것.
'말아톤'의 조승우, '마더'의 원빈, '7번방의 류승룡'을 생각하면 힌트가 보인다. 세 배우 모두 어린 아이 지능의 어른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또 한번 인정받았다는 데 있다. 세 배우 모두 영화를 이끄는 주연으로서 쉽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이는 흥행력과 연기력 둘 다를 갖춘 배우여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다.
물론 전부 다른 영화인 만큼 캐릭터 역시 제 각기 다르다. 2005년 개봉한 '말아톤'에서 조승우가 분한 5살 지능의 20살 청년 초원은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어른아이지만, 달리기 만큼은 정상인보다도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바보천재의 모습이 강했다. '백만불짜리 연기'란 호평을 받았다.

2009년 개봉한 '마더'의 원빈은 지능이 발달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모습의 도준으로 분해 그간의 꽃미남 원빈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도준의 특징은 뭔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 영화의 관람평에는 도준이 일부러 바보로 가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 초원이 사랑스러웠다면 도준은 오묘한 공포감을 전달하는 존재였다. 원빈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연기파의 이미지를 덧입게 됐다.
그런가하면 24일 개봉하는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6세 지능의 용구로 분한다. 용구는 굉장히 해맑고 주로 웃고 있으며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나 잘 할 수 있는 말을 반복해서 하거나 특정한 숫자를 잘 기억하는 것이 특징. 외형적으로는 덥수룩한 바가지 머리인 원빈과 비슷하나 어린 아이같은 모습과 말투, 천사같은 면모는 조승우에 가깝다. 여기에 절절한 부성을 담아냈다는 데서 가장 큰 캐릭터의 차이점이 있다.
류승룡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정신 연령이 낮은 인물을 연기할 때 과장하고 희화화하는 일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사명감을 갖고 용구와 같은 가족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힐링효과를 안겨주길 바랬다"라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행동 뿐 아니라 디렉션이 쉽지 않은 표정과 눈빛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압도한, 비슷한 듯 각기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상기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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