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은 괴롭혀야 제 맛?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1.15 10: 49

요즘 책, TV프로그램, 영화 등 그 주체를 불문하고 ‘힐링’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TV 드라마만은 그러한 문화적 흐름에서 제외된 듯하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힐링’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SBS 새 월화드라마 ‘야왕’이 드디어 지난 14일 첫 선을 보였다. 19세 이상 관람가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원작보다는 수위가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극적이다. 첫 회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드라마는 양부에게 학대당하는 여주인공 주다해(수애 분)를 등장시켰다.
주다해는 어린시절부터 양부에게 성추행과 폭행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양부를 피해 집을 나가야만 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제 발로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이후 주다해는 하류(권상우 분)에 의해 구출 받지만 하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을 쫓아온 양부와 맞닥뜨리게 된다. 주다해는 갑작스런 양부의 등장에 몸을 피하다 결국 칼로 그를 살해하고 만다.

만만찮은 인생 굴곡을 겪은 여주인공은 주말드라마에도 존재한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MBC ‘백년의 유산’의 민채원(유진 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방송된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시월드라는 귀여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면 ‘백년의 유산’은 시월드를 공포영화에나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민채원은 국내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의 시어머니를 만났다는 네티즌의 평을 듣고 있다.
방영자(박원숙 분)는 며느리에 아들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다. 그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정신병원에 가뒀으며 그 결과로 며느리는 기억을 잃게 된다. 더불어 방영자는 키위 알레르기를 가진 민채원에게 키위 주스를 먹이고 민채원을 우연히 돕게 된 이세윤(이정진 분)과 불륜으로 엮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민다.
마지막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는 여주인공을 성폭행 피해자로 설정하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여주인공 이수연(윤은혜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배우 김소현이 등장해 지상파 드라마로서는 비교적 가학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
극중 어린 이수연은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이유로 어른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같은 학교친구들 사이에서는 왕따의 위치다.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만 상냥한 사람은 아니며 이수연이 맘을 의지할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유일한 친구 한정우(여진구/박유천 분)와 얽히게 되면서 납치와 성폭행을 당했으며 정혜미(김선경 분)는 겨우 맨발로 도망친 그를 차로 치려했다.
이처럼 여주인공을 둘러싼 자극적인 내용들로 채워진 드라마들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꼭 그래야만 했나?'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시청자의 흥미 유발과 도를 넘는 자극 사이에서 평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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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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