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야왕', 복수극의 올드함 극복할 수 있을까?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1.15 15: 08

SBS 새 월화드라마 ‘야왕’이 지난 14일 베일을 벗은 가운데,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호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남자)와 흡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소 촌스럽다는 평 등이 공존하며 ‘야왕’의 향후 행보에 숙제를 남겼다.
‘야왕’은 첫 방송에서 가난으로 인해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게 된 다해(수애)의 모습과, 그런 다해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하는 하류(권상우)의 순애보를 그렸다. 또한 두 사람의 이 같은 애틋한 출발과 달리, 극 도입부에는 영부인이 된 다해를 겨냥해 작심한 듯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검사 하류와, 그런 하류에게 총구를 겨누는 다해의 모습을 그리며 세월의 흐름과 함께 두 사람의 관계에 굴곡이 예정돼 있음을 암시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주인공을 벼랑끝으로 밀어버리는 지독한 가난과 그로 인해 독기를 품게 된 다해의 모습이었다. 다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으로 공부를 꼽았고, 하류에게 기대서라도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가난의 비극을 끊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냈다. 우수한 학교 성적에도 입학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자 친구 동생의 과외 아르바이트를 자처하지만 “재수 없는 아이”라는 학부모의 수군거림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오는 등 꼿꼿함과 대찬 성품이 인상적인 강렬한 캐릭터였다.

이후 다해는 노력 끝에 대입에 성공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지만, 이 같은 설정이 시대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다해의 주머니 속 1000원짜리 지폐가 구권인 것을 보아 2013년의 현재를 그리는 시점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다해가 대학에 합격했다”며 뛸 듯이 좋아하는 하류의 모습은 시대극에서나 볼법한 올드한 느낌이 역력했다.
여자에게 헌신했다가 배신당한 남자가 결국 복수의 칼끝을 겨눈다는 ‘야왕’의 가장 큰 줄기는 ‘착한남자’와 흡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확실한 차별점을 마련해야 하는 분명한 숙제도 남겼다. ‘야왕’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사랑과 복수가 한 여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이를 두 여자에게 나눈 ‘착한남자’와는 분명히 다름을 밝혔지만, 극초반 등장한 퍼스트레이디가 된 다해를 향해 “그 자린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하류의 대사가 강마루(송중기)의 절규와 거의 유사했다며 ‘착한남자’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헌신하다 배신당해 결국 이를 되갚으며 파멸에 이르는 '야왕'의 전개는 '착한남자'를 비롯해, '청춘의 덫' 등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전개해 온 복수극 플롯의 전형인 만큼,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정도의 소구력을 갖춘 인물들의 깊숙한 감정과 드라마 전체를 지배하는 특별한 정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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