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전북도, 체육행정 불공정...축구·농구는 '홀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1.16 07: 15

전라북도가 불공정한 체육행정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특히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고객을 홀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들은 오래된 고객을 위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더욱 오랜 기간 자신들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단 이는 상업에서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공공산업을 비롯한 시와 도의 행정도 마찬가지다. 시민 혹은 도민들이 불편함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전출가지 않도록 최선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전북도에서는 새로운 이를 맞이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이들을 홀대하고 말았다.

최근 전북도는 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2만 5000석의 야구장을 건립한 뒤 25년간 무상 임대하기로 공약을 내걸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야구단의 2군 클럽하우스의 부지를 협조하고, 2군리그가 열릴 경기장의 리모델링도 제시했다. 새 야구장 부지로 예정된 지역의 접근성이 문제되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시내버스 노선을 증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북도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물론 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제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축구단 전북 현대와 농구단 전주 KCC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전북도의 야구단을 위한 지원 행정에 전북 현대와 전주 KCC는 서운함을 표했다. 기존에 있던 자신들에게는 특별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파격적인 경기장의 25년 무상임대 제안이 두 구단의 속을 상하게 만들었다. 매 경기마다 경기장 임대료와 티켓 판매 수익의 일부를 전북도에 지불하는 두 구단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전북 현대의 경우 야구장 부지와 근접함에도 지난해 후반기가 되기 전까지 셔틀버스는 물론 시내버스 노선을 증차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전북도에서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셔틀버스 운행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단에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하니 전북 현대에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었다.
한 관계자는 "전북 현대와 전주 KCC는 전라북도와 전주를 대표하는 스포츠 구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있지도 않은 야구단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한다는 발표를 들으니 섭섭하기만 했다. 전북 현대에는 지난해 후반기에서야 지원한 교통문제를 더욱 강화해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전주 KCC에는 새 체육관을 건설을 도와달라면서 야구단은 새 구장을 건립해서 무상으로 빌려준다고 했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두 구단의 아쉬움은 전북도에서도 인정을 했다. 전북도청 문화체육관광국 스포츠생활과의 이남섭 계장은 OSEN과 전화통화에서 "전북 현대와 전주 KCC의 서운함은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두 구단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그 동안 15%를 받았던 티켓 판매 수익의 지방세도 지난해 7월부터 10%로 줄였다. 또한 전북 현대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했고, 올해는 시내버스 노선 연장을 확정했다. 시외버스 임시 정류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야구단을 지원하기로 했던 것과 너무 큰 차이가 났다. 전북 현대와 전주 KCC의 서운함을 풀어줄 핵심적인 지원 계획이 없었던 것. 티켓 판매 수익의 지방세가 인하되기는 했지만, 25년 무상임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색내기식 인하였다. 심지어 전북 현대를 위해 운행하던 셔틀버스 운행도 올해는 계획이 없다.
이 계장은 "올해의 경우 셔틀버스 운행은 확정되지 않았다.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야구단을 위해 제안했던 경기장 무상임대에 대해서는 "두 구단으로부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검토를 하지 않았다. 요청이 들어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리 주체가 우리가 아니라 전주시설관리공단이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며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분명 야구단과 같이 새로운 단체를 유치한다는 사실은 존중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축구단과 농구단 등 기존 단체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전북 현대와 전주 KCC는 전북도(혹은 전북도를 대표하는 도시)의 이름을 달고 뛰는 단체다. 특히 전북 현대의 경우에는 '전북'이라는 팀명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대회에 4년 연속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며 전북도의 위신을 높이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도 있다. 전북 현대는 매년 연간회원권 지원과 광고판 및 패치 부착 등으로 전북도와 전주시를 지원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에 이른다.
전북 현대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1만 239명을 동원, 총 22만 5261명을 동원했고, 전주 KCC는 경기당 평균 2154명이 찾아 총 11만 6300명을 동원한 전국구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전북도에서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전북도 내에서 1년 내내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행사 중 평균 1만명(혹은 2000명)이 넘는 도민들이 찾는 행사가 얼마나 있을까? 만약 전북 현대나 전주 KCC에서 전북도의 지원이 미흡하다며 연고지를 바꾼다면 그 많은 관중들은 아쉬움을 어느 곳에 토로할까? 전북도로서는 새로운 것도 좋지만 기존에 있는 축구단과 농구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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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전라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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