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힙합 강세.. 발라드 대체 각광
새해 음원차트 힙합으로 '도배'
힙합 장르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비주류'로 분류돼왔던 이 장르는 최근 '냈다 하면' 음원차트를 휩쓰는 불패 장르로 우뚝 섰다. 오랜기간 힙합을 해온 뮤지션부터 아이돌, 개그맨까지 영역도 파괴됐다.
소녀시대는 신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에서 하이힐을 벗고 힙합걸에 도전해 국내외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정형돈은 박명수가 만든 코믹한 '강북멋쟁이'로 인기를 모았다.
인피니트는 힙합 유닛 인피니트H로 대중성을 잡았고, 그동안 마니아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힙합듀오 배치기는 신곡 '눈물샤워'로 음원차트 1위에 올라섰다. 아이돌그룹 B.A.P도 감성 힙합을 내세운 '빗소리'를 발표하자 상위권에 안착했다.
새해에 접어들어 음원차트 상위권은 백지영과 씨엔블루를 제외하곤 모조리 힙합이다.
이는 지난해 음악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최고의 히트 랩송으로 기록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개그맨들이 발표한 일명 '개가수' 곡 등이 재미있는 랩으로 인기를 끈데 이어 프라이머리, 버벌진트 등 독특한 감성의 음악이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힙합 음악을 근간으로 하는 YG엔터테인먼트는 음원차트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과시했다.
특히 감성적인 랩과 대중적인 멜로디를 접목한 '감성힙합'은 음원차트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손꼽힌다. 프라이머리는 지난해 '?(물음표)'로 아이돌 위주의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그가 참여한 인피니트H의 '스페셜 걸'로도 대중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버벌진트는 내는 곡마다 상위권에 음원을 랭크시키며 새로운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그는 올초 발표한 '시작이 좋아'로도 꾸준히 상위권에 올라있다. 배치기는 데뷔 이후 최초로 미디엄템포의 '눈물 샤워'를 내자마자 본인들 스스로도 "이게 무슨 일?"이라고 자문할만큼 반응이 폭발적이다.
기존 가요계는 댄스곡과 발라드로만 양분됐지만 힙합이 슬픈 감성을 잘 그려내는데 성공하면서, 감성 힙합이 발라드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힙합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는데다, 화려함보다는 공감이 우선이라 꽤 실속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버벌진트가 소속된 흑인 음악 기획사 브랜뉴뮤직의 라이머 대표는 "프로듀서들이 포진해서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보니까, 가장 적은 비용으로 빨리 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돼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기획사에서 낸 음원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물론 힙합이 갑자기 각광을 받은 건 아니다. 꾸준히 음악에 매진하면서 외연을 넓혀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힙합 뮤지션들이 아이돌 스타 등과 손잡아 대중과 접점을 늘리고, 힙합 내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내면서 기존 '발라드/댄스' 양분 체계에 질린 대중의 관심을 잡았다는 것.
프라이머리가 소속된 아메바컬쳐의 한 관계자는 "프라이머리는 지난 10년간 힙합을 베이스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왔다. 최근에는 아이돌 스타들도 실력이 좋아서 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힙합은 단순히 음악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가수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프로듀서의 탄생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했다.
지난 14일 신곡 발표 후 음원차트 1위를 꿰찬 배치기는 연일 두 눈이 휘둥그레 하다. 배치기는 "요즘 힙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꾸준히 오랫동안 힙합음악을 하셨던 분들이다. 힙합이란 장르를 꾸준히 해 온 결과인 것 같아 기쁘고, 그 분들의 성과로 그 동안 대리만족을 해왔다. 그 기운이 우리까지 이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