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이 잘 키워야지요. 그리고 이제는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아버지로 맞는 첫 시즌. 그리고 4년 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풀었다. 남은 것은 실력으로 아버지로서,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한 명으로서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까지 취득하게 될 손시헌(33, 두산 베어스)에게 오는 3월 벌어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커다란 동기부여의 장이다.
지난해 손시헌은 발목 부상 여파로 인해 86경기 2할4푼6리 5홈런 31타점 5실책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2번 타자로도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손시헌이었으나 발목 부상 후 출장을 강행하다 결국 부상이 악화되며 적지 않은 기간을 결장했다. 다행히 김재호가 손시헌의 수비 공백을 잘 막아내며 팀의 위기를 넘겼으나 2011시즌 늑골 골절상에 이어 2년 연속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손시헌이다.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도 연봉 보전 특혜를 받지 못한 채 삭감에 도장을 찍은 손시헌. 그러나 2013시즌을 앞두고 손시헌에게는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첫 아들 예준군의 탄생을 지켜본 데 이어 2009년 예비 엔트리에만 이름을 올리고 최종 엔트리에는 선발되지 못했던 WBC 대표팀에 드디어 최종 승선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상무 복무 후 곧바로 제대한 시기였다.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등 걸출한 후배 유격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수비 안정도 면에서는 손시헌의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이번 WBC 대표팀에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전지훈련 출국 전인 지난 13일 아들 예준군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던 덕분에 아내 차수정씨로부터 바가지를 긁힐 걱정도 한결 줄어들었다. ‘구박은 덜 받겠다’라는 이야기에 손시헌은 웃으며 “우리 아이 잘 키울께요”라고 답했다. 손시헌은 아들의 출산과 WBC 대표팀 출정식에 모두 참석한 뒤 16일 전훈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선발대 출국했다.
“시즌 전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들의 건강한 출산이었고 또 하나는 WBC에서 우리나라가 호성적을 거두는 것입니다. 하나는 제대로 이뤘으니 이번에는 두 번째 목표에 집중해야지요”. 상대적으로 약체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단 전원은 ‘우리들은 강하다’라는 마음으로 우승에 도전 중이다.
대표팀에서 손시헌은 중고참급 선수다. 게다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주전 유격수로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도 공헌한 바 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팬들의 “Why not 손시헌”이라는 아쉬움 속 상무 입대를 결정하던 미검증 손시헌은 이제 없다. 국제 경기 경험과 안정된 수비력으로 대표팀에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야구 관계자들의 평에 따른 대표팀 승선이다.
손시헌은 연습생으로 시작해 골든글러브 2회, 국가대표 유격수로까지 우뚝 선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올 시즌 WBC 대표팀의 호성적에 보탬이 되고 FA 대박까지 성공한다면 다른 유망주들에게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그저 선수 손시헌이 아닌 가장 손시헌으로서 자부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그만큼 손시헌이 WBC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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