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수애)의 인간다운 삶이 시작된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하류(권상우)의 삶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에서는 하류가 호스티스 생활을 하며 물심양면으로 대학생 다해를 뒷바라지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다해가 웃으면 웃을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하류의 눈물은 더욱 컸기에 엇갈린 두 남녀의 운명과 그로 인한 비극의 깊이는 커져만 갔다.
‘야왕’은 첫회에서 지독한 가난과 그로 인해 드리워진 다해의 불운한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2회에서는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하류의 고난에 포커스를 뒀다. 사회 진출을 앞둔 다해는 똘똘한 대학생으로 자신이 동경하던 대기업 취업을 목전에 둔 반면, 하류는 지난 5년간 호스티스 생활을 하며 꿈꿨던 장제사의 삶에서는 완전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고 다해는 취업에 성공해 하류의 헌신에 보답할 뜻을 내비쳤지만, “걸어다니는 로또” 도훈(정윤호)의 등장으로 약속의 유효성은 크지 않은 듯 보였다. 특히 방송 말미 하류의 호스티스 생활을 목격하는 순간 이를 외면하는 다해의 모습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하류 인생의 비극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았다.
다해가 하류의 이 같은 모습을 제대로 목도할 수 없는 건, 하류의 희생의 맨얼굴은 현재의 삶의 실체이자 비로소 벗어난 가난의 고통과 지금의 안락한 생활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밑바닥 생활을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외면하고 싶은 삶은 벌어지고 있었고, 그 원인의 화살은 결국 다해 자신에게 쏠리고 있었다. 호프집 매니저인 줄만 알았던 하류의 바깥 생활은 알고 보니 밑바닥 삶이었고, 이는 결국 현재의 윤택한 다해의 삶을 지탱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하류는 다해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스스로의 추락을 자처했지만, 자신의 밑바닥 생활을 들킴으로서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비극을 초래하게 됐다. 하류와 다해 사이의 찬란했던 사랑이 지고 이제 남은 건 서로의 삶에 덮칠 파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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