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멤버들에게 연애는 ‘당연히’ 금기시 되는 첫째 항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연애를 권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연예기획사들도 복잡한 속내를 갖게 됐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출연을 하기도 뭐하고 안 하기도 뭐하다. 잘되도 말이 나오고 안되도 말이 나온다. 막상 갔는데 커플 연결이 안되면 바보되는 것이라는 말도 우리 사이에 있다”고 전한다. 다른 연예기획사 측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출연을 권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현실로 감정이 연결되는 건 조심스럽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연예 권장 프로그램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일요일N tvN-더 로맨틱&아이돌’과 MBC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가 있다. 전자가 연애, 후자가 결혼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처음 만난 연예인 커플이 가상의 사랑을 틔우는 과정을 시청자와 공유한다는 부분에서 같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여러 번 말했듯이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기 힘든 감정의 연장은 시청자, 팬들도 같이 느끼는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이들의 ‘연애질’에 흥분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 밖에서도 이 연애질이 이어질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아이돌에게는 열애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출연을 안 해 논란을 만들 여지를 없애버리면 어떠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위 프로그램들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하다. 그룹 2AM 조권,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고 현재 인기바통은 제국의아이들 광희, 시크릿 선화 커플에게 넘어갔다. 이 외에 소녀시대 서현, 씨엔블루 정용화도 순수한 커플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더불어 한정된 팬층을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더 로맨틱&아이돌’에 출연했던 박형식은 밀크보이라는 수식어를 받으며 드라마 ‘시리우스’, ‘나인’에 연이어 캐스팅됐다. 이런 결과가 ‘더 로맨틱&아이돌’ 방영 시기에 성사됐다는 점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뒷받침한다.
연애가 음악 활동을 하는데 분명히 필요한 요소라는 건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돌’이라는 위치가 이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주저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커플 연결에 성공했을 경우 팬들의 염려는 극에 달한다. 그렇다고 커플에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다. 인기없는 아이돌로 낙인 찍히면 곤란하기 때문. 한 마디로 출연하고 싶지만 출연하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지만 연애 권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아이돌그룹 멤버는 소속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매니저, 코디 등 소속사 식구들이 한 명도 없는 환경에서 정말 대놓고 연애를 했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 사귄다는 건 아니지만 그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또 출연하라고 한다면 언제든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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