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투구수 제한 방정식, 해답은 두 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17 06: 13

이제 2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투구수 제한이 등장한다. 단, 지난 번 대회보다 더욱 엄격해진 규정으로 돌아왔다.
WBC 조직위원회는 이미 투구수와 관련된 대회 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투수 한 명당 최대 투구수는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결승 라운드부터는 95개로 결정됐다. 지난 대회보다 각각 5개씩 제한 투구수가 줄어들어 각 팀 사령탑과 투수코치는 더욱 머리를 많이 써야만 한다.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15일 출정식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투구수 제한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코칭스태프가 적절하게 투구수를 조절해야만 한다"며 "전지훈련에서 코칭스태프가 각 선수의 상태를 빨리 파악해 미리 (투수교체에 대한) 계산을 해 두는게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BC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규정인 투구수 제한은 경기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연속 우승팀인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각자 전력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과연 우리 대표팀에 투구수 제한은 어떻게 작용할까. 그리고 그 해법은 어디에서 찾으면 될까.
▲ '마운드 평준화' 대표팀, 기회가 될 수 있다
투구수 제한은 WBC만의 독특한 규칙으로 2006년 1회 대회 때부터 등장했다. 중간투수들에 대해서도 투구수 규정이 있는데 30개에서 50개를 던진 투수는 반드시 하루를 쉬고 50개를 넘긴 투수는 3일을 쉬도록 했다. 명목상으로는 시즌을 앞둔 선수들의 혹사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등장했지만 이면에는 출전을 꺼리던 스타급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달래기 위한 규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1~2명의 에이스 투수만을 보유한 팀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체적인 전력은 떨어지지만 단 한 명의 에이스 투수로 대회를 석권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교야구 대회에서는 투수 한 명으로 우승기를 들어 올린 사례도 적지 않다. 투수구 제한이 생기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류현진(LA 다저스)-김광현(SK 와이번스)-봉중근(LG 트윈스)으로 이어지는 좌완 트로이카를 모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해야만 했다. 특히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의 불참은 절대적인 전력의 손실이다. 현 대표팀의 고민은 어떤 경기든 내세울 수 있는 에이스가 없다는 점. 대신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A급 투수들은 선발부터 불펜까지 고루 포진하고 있다. 특출한 투수는 없더라도 마운드 전력은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1라운드에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 대표팀이 투구수 제한 규정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2라운드 부터다. 반대편 조에서 일본과 쿠바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일본은 다르빗슈(텍사스 레인저스), 구로다(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거가 불참했지만 여전히 높은 마운드를 자랑한다. 여기부터는 운영의 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투구수 제한 외에도 이번 대회에는 30개 이상 투구수를 기록하면 반드시 하루를 쉬어야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박희수(SK), 오승환(삼성) 등 불펜 핵심 선수들의 투구수 조정에 실패해 중요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큰 손실이다. 또한 투구수 50개를 넘기면 3일을 쉬어야 하므로 불펜 투수들은 가급적이면 '마의 50개'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 '용규놀이' 상대 투구수 늘려라
반대로 상대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분야의 1인자는 바로 이용규(KIA 타이거즈)다. 이용규는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하며 계속 파울팁을 만들어 내는데 능한 선수로 2011년에는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그의 모습을 빗대 '용규놀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투구수 제한에 걸려 있는 투수들에게 '무한 커트'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커트의 달인, 이용규의 위력을 제대로 입증한 경기는 2010년 8월 28일 광주 넥센전이다. 그날 이용규는 박준수를 상대로 20구 승부를 펼쳐 한 타자 역대 최다 투구수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만약 이런 모습이 WBC에서 재현된다면 상대 팀의 마운드 운용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용규는 15일 출정식에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가서 경기에 임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팀을 위해 도루를 많이 하고 상대를 흔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물론 커트가 쉬운 건 결코 아니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에게는 안타를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게 기술적인 커트다. 반드시 꺾어야만 할 일본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타자들의 끈질긴 커트지만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일본 투수를 상대로 결코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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