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서 사실상 영구결번으로 여겨졌던 정민태(43) 롯데 자이언츠 코치의 등번호 20번이 다른 투수에게 넘겨졌다. 지난 시즌 19번을 달았던 우완 장효훈(26)은 시즌 후 등번호를 고르면서 20번을 택했다.
넥센에서 20번은 지금까지 '선택할 수 없는' 번호였다. 1992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정민태 코치는 2008년 KIA 타이거즈에서 은퇴했으나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뛴 3년을 빼고 1992년부터 2007년까지는 한 팀(태평양-현대)에서 뛰며 프로 통산 성적 124승96패 평균자책점 3.48의 기록을 남겼다.
현대 선수단을 고스란히 인수한 넥센은 2009년 8월 정 코치의 은퇴식을 열며 20번이 새겨진 유니폼 액자를 선물했다. 당시 다른 코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영구결번은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함께 영구결번식을 할 것을 고려해 지금까지 선수들이 번호를 고를 때 20번은 비워두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정 코치가 롯데로 떠나면서 넥센에서 번호를 묶는 것에 의미가 없어졌고 장효훈이 20번을 달았다. 장효훈은 "18번을 달다 상무에 입대해 20번을 골랐는데 개인적으로 느낌이 좋았다"고 20번을 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코치님 번호였던 20번을 다는 만큼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며 명투수였던 선배의 등번호를 물려받는 소감을 말했다.
사이판에서 롯데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정민태 코치는 "팀을 떠난 만큼 (등번호에 대해서) 내가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선배의 마음에서 자신이 썼던 등번호를 물려받는 장효훈이 앞으로 잘해주기를 바랐다.
한편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 영구결번된 선수는 1986년 OB 베어스 포수 故 김영신(54번)을 시작으로 11명에 불과하다. 한화가 송진우(21번), 정민철(23번), 장종훈(35번) 3명이고 팀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 KIA는 선동렬(18번), 이종범(7번) 2명이다. SK, 넥센은 한 명도 없다. 프로야구에서 영구결번의 길은 멀고도 힘들다.
autumnbb@osen.co.kr
2009년 8월 2일 정민태 코치가 히어로즈에서 은퇴식을 하고 있다.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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