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해서 나중에 제 연관검색어에 57번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 말문은 유순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칠 쯤에는 겸손한 모습과 함께 훗날 반드시 자리잡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 1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한 좌투좌타 외야수 김인태(19, 천안 북일고 졸업예정)의 2013시즌이 야구팬들의 뇌리에 어떻게 새겨질 지 더욱 궁금해졌다.
에이스 윤형배(NC), 주전 유격수 강승호(LG) 등과 함께 천안 북일고를 고교 최강팀으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김인태는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4할6리(96타수 39안타) 3홈런 25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5툴 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쳤다. 고교 2학년 시절에는 투수를 겸업하며 145km의 직구를 던졌던 좌완 유망주이기도 했던 김인태는 지난해 8월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단순히 발 빠른 똑딱이형 타자가 아니라 장타력도 갖췄다는 평을 받는 만큼 야구 관계자들은 김인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WBC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초등학교 때 봤는데 방망이를 잡는 자세가 마치 김기태 현 LG 감독의 현역 시절 같았다. 고교 시절에도 역시 잘 치더라. 1라운드에 기회가 있었다면 꼭 뽑았을 텐데”라고 호평하기도. 정작 본인은 “초등학교 시절을 기억하실 줄은 몰랐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오는 20일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떠나는 두산 선수단 47명 중 김인태는 유일한 신인이다. 2라운드 신인이자 김인태와 청소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우성(대전고 졸업 예정)도 마무리 훈련에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줬으나 아직 수비력에서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 아래 잔류조로 편성되었다. 두산이 김인태를 즉시 전력감에 가깝게 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인들 중 혼자 가니 기분이 좋기도 한 데 친구들 중에서 같이 가는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남아요. 그래도 다른 선배들께서 정말 잘 해주셔서 전지훈련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의 기대치가 높은 편이지만 선수 본인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 듯이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1급 투수들의 공을 훨씬 더 많이 보고 때려냈던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 훈련을 경험한 김인태의 자평이다.
“고교 시절 성적이 좋았다고 해도 팀 합류 후 교육리그에 나서고 라이브 배팅 등을 하니 확실히 수준이 틀리더라고요. 보완해야 할 점이 확실히 많습니다. 힘-기술 모든 면에서 확실히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들의 타격 기술이나 힘을 내뿜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우는 자리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북일고 2학년 시절 김인태는 투수를 겸업하며 꽤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으로도 아마추어 팬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사령탑이던 이정훈 현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김인태에게 야수 전업을 권유했다. 운동능력이 출중한 선수인 만큼 다방면에서 매력을 떨칠 수 있는 야수 보직이 김인태의 미래를 위해 더욱 나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이정훈 감독께서 야수로 뛰는 것이 더욱 비전이 있을 것이라고 권유하셨어요. 제 스스로도 야수 쪽에 매력이 더 끌리더라고요. 솔직히 투수를 겸업하기는 했지만 야수로 뛸 때보다는 뭔가 아쉬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데뷔 첫 해 김인태의 등번호는 57번. 미네소타 시절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고 어깨 회전근 부상을 이기고 지난해 뉴욕 메츠 사상 첫 노히터 경기를 펼쳤던 좌완 요한 산타나의 등번호로 유명하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 SK 투수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계투로 맹활약한 뒤 군입대한 정우람의 번호도 57번이다.
김인태가 입단하기 전 57번을 달던 진야곱(경찰청)도 아직 만개하지 못한 2008년 1차 지명 좌완이다. 야수보다는 좌완의 번호로 알려진 57번을 단 데 대해 ‘투수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은 것인가’라고 묻자 김인태는 “아니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남는 번호 중 57번이 제일 끌렸어요. 딱히 애착이 가거나 하는 번호는 없었거든요. 왼손잡이 선수에게 57번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만약 제가 앞으로 야구를 잘해서 또 다른 57번의 대명사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이름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 중 하나로 57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데뷔 첫 해 목표를 묻자 김인태는 ‘개막 엔트리 진입’을 꼽았다. 2008년 최형우(삼성)를 시작으로 5년 째 중고 신인왕이 배출되고 있을 정도로 새내기에게 쉽지 않은 무대가 된 프로야구. 특히 한 부문을 제대로 특화하거나 다방면에서 확실한 재능을 갖춘 야수가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인 만큼 개막 엔트리 진입도 냉정히 봤을 때 그리 쉬운 목표는 아니다. 김인태는 그 고지를 향해 열심히 훈련 중이다.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1군 엔트리에 들 수 있어야 1군에서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잖아요. 만약 그렇게 해서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2할5푼 가량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배워야 하니까요. 첫 해 성적은 현실적으로 다가가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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