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체제 닻올린 KBO의 명분과 실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17 10: 29

표면적으로는 KT의 승리로 끝난 10구단 유치전이다. 하지만 KT 못지않은 전과물을 얻은 곳도 있다.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또 하나의 승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계 최대 현안이었던 10구단 창단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비록 9·10구단 동시 창단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혼란의 시기를 최소화하며 프로야구 중흥의 발판을 놨다. 이사회가 오랜 기간 10구단 창단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KBO가 최선의 시나리오를 거머쥐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요약하면 인내의 승리였다.
당초 10구단 창단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지난해 6월 KBO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승인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보이콧 등 강경책을 들고 나오며 반발하자 이사회는 7월 KBO에 10구단 창단 문제를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꼼짝도 하지 않는 이사회를 강제할 만한 실권이 없는 KBO로서는 방책이 마땅치 않았다.

표결에 부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만약 이사회에서 부결됐을 때는 당분간은 재논의가 어려웠다. 때문에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무한 설득이었다. 이사회, 특히 10구단 창단에 반대의사를 밝힌 몇몇 구단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대신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물밑에서 움직였다. 확실한 아군으로 만들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KBO가 중재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BO는 10구단 창단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9개 구단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반대 구단들도 하나둘씩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각 구단 실권자들을 따로 만나 10구단의 필요성을 역설한 구본능 KBO 총재의 역할도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12월 11일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승인 의결이 떨어진 이후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일찌감치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며 10구단 평가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KBO는 속전속결로 10구단 창단 주체 선정을 마무리했다. 이사회의 의결이 떨어진 뒤 총회의 승인까지는 단 3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치밀한 시나리오 속에서 움직인 KBO의 기민함을 빛을 발하면서 10구단을 둘러싼 잡음도 최소화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10구단 문제의 해결로 KBO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KBO는 2007년 현대 사태 이후 영향력이 추락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10구단 창단 과정에서 조율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는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가 된다. 명실상부한 국민스포츠로의 발돋움이 유력한 가운데 프로야구의 ‘컨트롤 타워’인 KBO의 위신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실리도 챙겼다. KT와 부영의 경쟁 구도 속에서 야구 발전을 위한 공약이 여럿 나왔다. 당장 승리한 KT와 수원 쪽에서는 야구발전기금 200억 원 납부와 장기적인 돔 구장 신축 등 파격적인 안들이 창단신청서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공약들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일만으로도 야구계의 과실은 풍성해질 수 있다. 2년 만에 2개의 심장을 더 탄생시킨 KBO의 향후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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