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이 예상보다 더 잘 되고 있다"란 말에 배우 정혜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듯 웃어보였다. 첫 스크린 도전에서 흥행까지 거머쥔 정혜영은 스스로도 "기대 이상이다"라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박수건달'(조진규 감독)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15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극 중 정혜영은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여의사 미숙 역을 맡아 박신양(광호 역)과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1993년 SBS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에게 이번 작품은 첫 영화. 어떻게 이제서야 영화를 했냐고 묻자 "나와 딱 맞는 작품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박수건달'이 정말 나와 맞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잘 돼서 좋다"라며 다시한 번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수건달'이 예상보다 더 큰 흥행세를 몰고 온 이유는 뭘까? 그는 "사람들이 새해부터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싶어 하는데 이 영화가 그런 부분에서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닐까? 또 재미를 느끼려고 봤는데 감동도 있어서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정말 무엇보다 박신양 선배와 (윤)송이(수민 역, 아역배우)가 잘해줬다"라며 다른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함도 보였다.
실제 엄마이기에 이번 역할을 더 잘 소화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아이를 낳은 엄마이기에 가슴에 더 절절하게 느껴자지는 것은 있었을 것이다. 촬영할 때 많이 울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혜영은 영화 속에서 절절한 모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만약, 아이가 커서 배우가 된다고 한다면 흔쾌히 허락해 줄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평범한 삶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사는 것, 그 속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것. 특출나서 재능이 뛰어나다면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각자의 평범한 자리에서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라고 엄마로서 자식에 대해 갖는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바람에 대해 전했다.
가수 션과 잉꼬 부부, 선행 연예인으로 유명한 정혜영이지만 그 뒤에는 활활 타오르는 배우로서의 열정이 있다.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외모 뒤 악역 같은 강한 역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도 가득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정혜영을 떠올리며 악역으로 열연했던 드라마 '불새'를 언급하기도 한다.
정혜영은 영화에서 눈물을 담당한다. 다른 배우들이 대부분 웃음을 주는 것과 다르게. 마음 속에 '코믹본능'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남편이 내게 밝은 시트콤을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얘기 한다. 아무래도 나와 함께 생활하니까 내게서 그런 면을 잘 보겠지. 하지만 난 정극이 좋다"라고 말했다.
배우 엄지원이 영화 속 맡은 푼수 점쟁이 명보살 역을 혹시 하고 싶지 않았냐는 급 질문에 그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박수를 쳤다. "맞아요!"
"명보살을 하면 정말 잘 할 것 같다란 생각도 했어요. 제작 PD분을 만나서 그런 애기를 하니 좀 의아해 하시더라고요. 지고지순한 엄마보다는 명보살에 처음에는 더 끌린 게 사실이죠. 하지만 먼저 (엄)지원이가 한다는 얘길 들었기에 욕심은 안 냈어요. 그런데 저 혼자 대본보면서 명보살을 연습해봤어요. 하하."
이어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지원이가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원이가 역에 굉장히 애착이 있었는데 그 만큼 아주 천연덕스럽게 잘 하더라고요. 지원이가 워낙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 역할 자체와도 잘 맞았죠"라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신양에 대해서는 "박신양 선배님은 사석에서 보는 모습과는 슛이 달어가면 그 모습이 180도 다르다. 자신의 연기에 관해 한 신 한 컷도 흘려 보내지 않으시는 분"이라며 "모든 게 다 완벽해야 한다. 거기에 모든 열정을 쏟고 몰입을 한다. 감히 어떻게 말씀도 못 드릴 정도다. 그리고 자기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대본을 공부하기에 내가 캐치하지 못한 것도 가르쳐주신다"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해맑은 청년이나 소년 같다. 재미있는 농담도 하고 장난도 잘 친다"라고 연기할 때와 아닐 때의 그 다른 모습에 대해 표현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데뷔 후 처음으로 머리도 짧게 잘랐다. 짧은 숏 커트에 대해 "너무 좋다"라고 해맑게 웃는 그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좋다. 머리 잘라놓고 '나인 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라며 변신을 하며 벅찼던 심정도 표현했다.
짧은 뱅 헤어스타일을 하니 인형 같다고 하자 "촬영장에서는 남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처음에는 슈트를 입고 건달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남자 같다고 하더라고요. 정확히는 미소년 같다고. 확확 바뀌는 게 정말 새롭게 재미있어요. 머리 자르고 울고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전 정말 좋던데요." 그렇다면 삭발은 어떻냐고 묻자 "삭발은 좀 생각해 봐야겠다. 하하."

아이 넷을 둔 엄마이지만 여전한 미모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정작 그는 "어떤 여자든 미용실에서 다 꾸며놓으면 예쁘다"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서는 "난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에이, 저도 이제 흰 머리도 주름도 다 있어요. 물론 동안의 외모를 가진 게 장점인 건데 전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좋아요. 세월을 억지로 막다보면 부자연스럽더라고요. '젊음을 유지 할거야!' 이런 건 싫어요.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죠. 원래 자연스러운 얼굴, 내추럴한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뭔가를 한 번 하다보면 그 욕심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더 더 하는 거죠. 배우인데 얼굴 표정이 안 나오는 것도 싫어요. 물론 배우가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관리는 필요하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어요."
본인만의 자기 관리법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뭔가를 계속 배운다. 그리고 내가 맞춰 놓은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라고 설명했다. 집에서 늘어지지 않는다는 정혜영은 1년 중 낮잠을 자는 날이 하루 이틀 정도 있을까 말까 하다고. 항상 바쁘게 다니고, 가능한 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하고 기분좋게 살려고 하는 것이 그 만의 자기관리법이다. 현재는 1년 정도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그냥 사는 건 싫어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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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