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WBC란 각오로 뛰겠다. 지난 두 번의 WBC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제 우승만 남았다.”
LG의 ‘국민 우익수’ 이진영(33)이 제3회 WBC를 40여일 앞두고 지난 대회를 돌아보며 각오를 다졌다. 이진영은 4강과 준우승 신화를 달성한 WBC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으며 이번 WBC가 마지막 국가대표 출장이라는 각오로 정상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2006년 제1회 WBC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진영은 중요한 순간마다 공수에서 결정적인 모습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한일전에 강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일본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를 상대로 7회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2009 제2회 WBC 2라운드서도 일본팀의 에이스 다르빗슈에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진영은 맹활약의 원인으로 최정상급 선수를 상대로도 긴장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꼽았다.

“2006년 WBC에 나가면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하게 됐다, 근데 원래부터 성격 자체가 긴장해서 야구를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어떤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사인도 받고 그러는데 사실 같은 선수끼리 사인 받는 것은 좀 아닌 거 같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붙을 때도 딱히 실력이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다르빗슈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박)찬호 형이 더 굉장한 커리어를 남기셨는데 다르빗슈한테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진영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1회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니시오카의 우익선상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처리했다.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사토자키의 우전 안타에 정확한 홈송구로 2루 주자 이와무라의 홈 태그아웃을 유도해냈다. 이진영의 호수비로 한국은 고비를 넘겼고 첫 번째 WBC에서 4강 신화를 썼다.
“1회 WBC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그냥 무작정 몸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다이빙 캐치나 정확한 송구도 그래서 나온 거 같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내가 무슨 국민우익수가 되어 있더라. 이전까지는 타격으로 주목 받았지 수비는 코치님들로부터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이 들었다. 홈송구도 어이없게 홈플레이트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큰 대회를 치러서 그런지 이후 수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근데 이제는 한 번 실수만 해도 ‘국민 우익수가 왜그래?’라는 말이 나온다.”

이어 이진영은 WBC 개근자로서 세계최고의 야구 무대에서 뛰는 자부심과 미국·일본 등 야구 선진국의 인프라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하루빨리 작은 부분부터 인프라가 개선되기를 바랐다.
“WBC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은 무대다. 아직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야구의 월드컵 아닌가. 대우 역시 최고 수준이었다. 짐이나 장비 같은 것은 숙소에서 라커룸까지 현지 직원들이 알아서 다 챙겨준다. 나는 그냥 몸만 가면 된다. 비행기도 전세기라 편하게 이동한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만 봐도 경기장 시설이 굉장히 좋다. 한국이 메이저리그 선수를 배출한지도 이미 오래됐고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도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WBC측이 개최시기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메이저리그 선수 전원이 불참했고 미국 역시 많은 스타 선수들이 WBC 참가가 시즌을 대비하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고 나오지 않는다. 매 대회마다 바뀌는 대진 방식 또한 이제는 정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최시기가 아쉽다. 일본의 경우 메이저리그 선수들 전원이 출장하지 않는데 다 이유가 있다. WBC를 치른 시즌은 확실히 힘들다. 그래서 WBC에 갔다가오면 시즌 중에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병행해야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즌이 끝나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힘들다면 차라리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시즌 중간에 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대진 방식도 이상했다. 1, 2회 대회에서 일본이랑 계속 붙었다. 사실 야구란 게 같은 상대랑 3번 붙어서 3경기를 다 이기는 게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진영은 이번 WBC를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1회 WBC 4강, 2회 WBC 준우승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을 잡고 우승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지막 WBC란 각오로 뛰겠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2회 대회 때도 이런 이야기는 있었다. 에이스가 없다고 해도 투수들이 정해진 투구수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들 역시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들이다. 개인적으로 예상해보면 2라운드가 고비인 거 같다. 아마 우리나라와 대만이 올라가고 일본, 쿠바와 붙을 것 같은데 일본과 쿠바가 쉽지 않다. 그래도 대회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자신 있다. 지난 두 번의 WBC에선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제 우승 하나만 남았는데 잘하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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