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조-조재철(이상 27, 경남 FC) 동갑내기 '중원콤비'가 지난 시즌 미완성된 경남의 돌풍에 주역을 꿈꾸고 있다.
경남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시도민구단이라는 재정의 한계에 부딪힌 경남은 눈물을 머금고 윤빛가람, 김주영, 서상민 등 팀의 기둥을 타팀에 내줬다. 강등제도의 원년이었던 지난 시즌 호성적은 난망해 보였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도구민구단 중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올라 8위를 기록했고, FA컵서 강팀들을 연파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도 지난 시즌과 같은 기적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림픽대표팀 출신 MF 윤일록을 FC 서울에 내줬고,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와 주축 수비수 이재명도 각각 전남과 전북으로 적을 옮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던 외국인 공격수 까이끼(41경기 12골 7도움)도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재계약이 불발됐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적을 일궜던 지난 시즌을 재현하겠다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전지훈련에 한창인 강승조-조재철 콤비를 지난 16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만났다.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강승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를 항상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재철도 "매 시즌마다 새로운 선수가 나가고 들어온다. 경남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경쟁을 통해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팀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강승조의 올해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베테랑 김병지가 팀을 떠나며 정신적 지주가 없어진 상황이다. 조재철과 함께 중원을 조율하는 한편 운동장 안팎에서는 선후배를 하나로 아우르는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강승조는 "아무래도 (김)병지(43) 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다"며 "하지만 기존에 있던 (백)민철(36)이 형이나 (강)민혁(31)이 형 같은 선배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나도 중간에서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철에게도 올 시즌은 부활의 날갯짓을 펼쳐야 하는 중요한 한 해다. 지난 시즌 조재철은 이를 악물었다. 친정팀이었던 성남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도 거액의 이적료에 자신을 얹혀 윤빛가람과 트레이드됐다. 욕심이 과했을까. 지난 7월 피로골절 부상으로 후반기를 모두 쉬었고, 총 17경기 출전해 2골 1도움에 그쳤다. 조재철은 "지난해 팀 성적이 좋을 때 밖에서 지켜만 봤다"고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부상 없이 잘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개인 뿐만 아니라 경남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피말리는 강등 싸움을 펼쳐야 한다. 16개팀 가운데 상주 상무를 제외하고 사실상 1개 팀이 강등된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은 14개팀 중 2개 혹은 3개 팀이 2부리그로 짐을 싸야 한다. 경남은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상위스플릿 최하위에 머무른 점과 FA컵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해 유독 축구화 끈을 동여매는 이유다.
강승조는 "14개팀 중 2~3개 팀이 2부리그로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힘들 것이기 때문에 절실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지난해도 그랬듯이 올해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절실함을 보여준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재철도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든 시즌이 될 것 같다. 경기수도 줄었고, 상위리그도 7개 팀"이라며 "1경기 1경기마다 지는 게임을 비기던가, 비기는 게임을 집중해서 이기던가, 승점 1점 관리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올해도 상위리그에 남아 편하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컵대회 우승컵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강승조는 "감독님이 시즌 전부터 FA컵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씀하셔서 선수들도 다른 팀보다 FA컵에 중점적으로 임했기 때문에 결승에 올랐다"며 "아쉽게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우승컵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경기장을 향한 팬들의 가벼운 발걸음도 호소했다. "지난해 초반 12경기 2승 2무 8패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 영향이 있었다. 올해는 경기수도 줄어들어서 초반에 많은 경기를 이긴다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올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야구팀인 NC 다이노스가 생겼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조재철도 "지난 시즌에는 아무래도 홈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해 팬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경기 내용이 재밌고 즐겁다면 팬들이 저절로 경기장에 찾아올 것"이라며 "홈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재밌는 축구를 선보인다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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