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아쉬운 드라마였다.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가 용두사미로 전락한 것은 과한 욕심이 야기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보고싶다’는 당초 정통멜로드라마로서, 첫 사랑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담겠다는 기획의도로 안방극장에 첫 발을 디뎠다. 박유천과 윤은혜라는 두 신흥 흥행보증수표가 만났고, 가슴을 울리는 극본의 문희정 작가와 감성연출의 대가 이재동 감독이 뭉쳤지만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우선 이 드라마가 정통멜로를 표방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멜로는 아니었다. 초반에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조명하며 멜로드라마의 영역 확장을 기대하게 했다.

재료는 훌륭했고 시작은 흥미로웠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힘은 부족했다. 성폭행 피해라는 화두는 강렬했지만 치유의 과정은 많이 허술했다. 복수에 집착해서 캐릭터와 내용이 산으로 간 것도 문제였다.
어머니 강현주(차화연 분)와 친구이자 연인 이수연(윤은혜 분)의 사랑을 모두 잃은 강형준(유승호 분)의 지나친 광기는 드라마의 전개를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무리수였다.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인 수연과 그의 가족들의 상처 치유 과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그려졌다. 동시에 14년간 서로를 그리워한 한정우(박유천 분)와 수연의 이야기가 부각되지 않았다.
형준의 슬픈 감정이 드라마를 내내 지배했고, 정우와 수연의 교감이 가득한 멜로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지 않은 도전 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허나 초반 높은 완성도로 기대가 컸던 만큼 중반부 이어 촘촘하지 못한 얼개는 안방극장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한편 ‘보고싶다’는 지난 17일 마지막 회인 21회에서 주인공 정우와 수연이 그동안의 아픔을 잊고 행복한 삶을 사는 동시에, 사랑을 잃은 상처로 섬뜩한 광기를 보였던 형준이 죗값을 치르는 의미로 정신이상자가 되면서 마무리됐다. 이 드라마 후속으로는 주원, 최강희 주연의 ‘7급공무원’이 오는 23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