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슈퍼스타로 가득 메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팀을 만들기를 원한다.”
명장 조 토리(73) 감독이 강조했던 라인업이 그대로 나왔다. 단순히 이름값만 봤을 때는 1, 2회 대회 때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불펜과 수비 강화에 중점을 두고 팀을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단기전의 특성을 파악해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제3회 WBC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27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팀으로 뭉쳤다. 이번에는 기필코 안방굴욕에서 탈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엄밀히 봤을 때 이 팀이 미국이 구성할 수 있는 최정예 멤버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단 선발진이 압도적이지 않다. 2012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R.A. 디키가 에이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겔송과 홀랜드, 메들렌은 아직 리그 최고 투수 자리에 오른 적이 없고 빅리그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다. 벌렌더, 커쇼, 사바시아, 리, 케인, 그레인키 등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면 한층 무게감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불펜진은 지난 두 번의 대회보다 탄탄해 보인다. 킴브렐이 마무리 투수로 내정될 확률이 높은 가운데 페레스, 페스타노, 그레거슨, 보그스 등의 라인은 경쟁력이 있다. WBC가 투구수가 제한된 단기전임을 염두에 두면 선발투수에 비중을 두는 것보다 불펜 구축에 신경 쓰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야수진도 마운드와 비슷하게 구성된 느낌이다. 포지, 프린스, 페드로이아, 톨로위츠키, 트라웃 등이 없기 때문에 극강의 공격력을 기대할 만한 라인업은 아니다. 그러나 선발된 야수 대부분이 공수 밸런스가 좋아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조브리스트의 경우 외야는 물론, 유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멀티플레이어로 야수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다.
미국은 WBC 무대에서 수비 에러와 팀워크 문제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2회 WBC의 경우 이미 외야수비에서 낙제점을 받은 아담 던이 외야수로 기용됐다가 에러를 범했다. 팀배팅 능력도 떨어져 한 점이 필요할 때도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지금의 라인업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수 구성만 보고 미국의 호성적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준비다. 미국 선수들이 WBC를 이전 대회와 마찬가지로 그저 이벤트로 여기고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이전과 똑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만 4개를 가지고 있는 토리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열정’이 얼마나 통할지 지켜볼 부분이다.
▲ 제3회 WBC 미국 대표팀 명단
투수 : R.A 디키(토론토), 라이언 보겔송(샌프란시스코), 데릭 홀랜드(텍사스), 크리스 메들렌(애틀랜타), 크레이그 킴브렐(애틀랜타), 히스 벨(애리조나), 크리스 페레스(클리블랜드), 비니 페스타노(클리블랜드), 루크 그레거슨(샌디에이고), 글렌 퍼킨스(미네소타), 스티브 키섹(마이애미), 제레미 아펠트(샌프란시스코), 팀 콜린스(캔자스시티), 미첼 보그스(세인트루이스)
포수 : 조 마우어(미네소타), 조나단 루크로이(밀워키), J.P 아렌시비아(토론토)
내야수 : 마크 테세이라(뉴욕 양키스), 브랜든 필립스(신시내티), 지미 롤린스(필라델피아), 데이빗 라이트(뉴욕 메츠), 윌리 브롬퀴스트(애리조나)
외야수 : 라이언 브론(밀워키), 애덤 존스(볼티모어), 잔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셰인 빅토리노(보스턴), 벤 조브리스트(탬파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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