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KT, 감독에 애써 김성근 외면...왜 그럴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18 07: 38

짝사랑의 수줍음일까. 아니면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고도의 전략일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을 바라보는 KT의 이야기다.
KT는 17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회에서 10구단의 주인공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제 본격적인 창단 준비에 들어간다. 창단 작업과 스카우트 팀 구성이 급선무지만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코칭스태프 인선이다. 창단 팀의 초대 감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될 때까지 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가장 앞서 나가는 인물은 역시 김성근 감독이다. 야구계는 물론 KT에서도 부정하지 않는 사안이다. 그러나 총회 뒤 기자 간담회에 임한 ‘실권자’ 이석채 KT 회장은 이에 대한 질문을 모두 비껴갔다. 다른 쪽에서는 모두 원대한 포부를 밝혔지만 유난히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연구팀을 꾸린 상황이다. 팀에서 나온 결론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그렇다면 KT가 애써 김 감독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급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계산이다. 가입이 승인된 자리에서부터 차기 감독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올해 9개 구단 코칭스태프는 모두 결정된 상황이다. 김 감독을 ‘모셔갈’ 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결정해도 될 여유가 있다.
후보를 하나로 정해두는 모양새도 좋지는 않다. 선택의 폭을 굳이 스스로 좁힐 이유가 없다. 실제 KT는 김 감독 외에도 몇몇 후보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김재박, 조범현 등 전직 프로 감독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창단 작업이 급하기에 적임자를 찾기 위한 움직임은 창단식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말한 '연구'와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이 최종 결정의 권한자라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이 회장의 한 마디가 ‘결정’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예전부터 김 감독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이 회장이다. 김 감독이 KT 감독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향후 야구단의 운신폭을 넓혀주는 이 회장의 행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 그리고 고양 원더스에 대한 예의 측면에서도 풀이가 가능하다. 김 감독은 2014년까지 원더스와 계약이 되어 있다. 독립리그 팀이라고 해도 엄연히 ‘남의 팀’ 감독이다. 김 감독이 10구단 감독설을 비롯한 프로 감독 이적설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최근 재계약 때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라는 자신의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원더스에 대한 애착이 있다. 한편으로 원더스에 대한 예의도 필요하다. 허민 구단주의 성향상 김 감독의 러브콜 수락은 곧바로 KT행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절차는 필요하다. 대기업의 횡포가 아닌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 절차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잘못하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KT도 김 감독 영입에 신중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후보군 중 가장 꼭대기에 올라 있음은 확실하다. 김 감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다. 이른바 자신만의 ‘사단’도 가지고 있어 코칭스태프 구성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과연 야신은 KT로 향하게 될까. 막내 KT가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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