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가 되는 길이 한층 완화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취업 수요가 커지는 우리나라 야구계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일본 스포츠 언론은 18일 "고교야구연맹이 일본야구기구(NPB)와의 긴 교섭 끝에 프로야구 출신 선수의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자격 요건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종전에는 프로 출신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고교에서 2년간 교사 혹은 강사로 재직해야 했지만 이제는 3일 동안 연수를 받으면 된다.
지난해 11월 NPB 측이 연수 제도를 제안했으나 고교연맹이 프로 출신이라고 해서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이가 쉽게 지도자가 되는 것에 난색을 표해왔다. 선수회 전 회장인 아라이 다카히로(한신)가 지난해 말 "이대로 가면 가장 불쌍한 것은 야구 소년"들이라며 프로와 아마의 불신을 타파해줄 것을 당부했고 이는 프로와 아마 야구계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프로 출신이 2년 동안 중고교에 재직해야 했다면 이제는 8개 항목을 1시간 씩 3일 동안 이수하면 지도자 자격을 갖추게 된다. 수강 자격은 프로 출신이 마지막 소속 구단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NPB 연수를 거쳐야 한다. 인원수도 1년에 1팀당 최대 5명씩만 추천을 받게 해 지도자 공급 초과를 막았다.
일본은 고교야구팀만 4000개 이상이기 때문에 프로 출신의 재취업길이 쉽게 열리게 된다. 야구 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일본 프로 선수들에게는 희소식이다. NPB가 지난 가을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취업 조사에서도 응답 선수 223명 중 28.4%가 은퇴 후 고교야구 지도자를 택했다.
우리나라 역시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과 경험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제2의 직업으로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은 아마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지도자 자격증을 따야 했다. 최근까지는 자격증과 상관없이 구단과 계약만 성립되면 바로 코치나 감독이 될 수도 있었으나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설립한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발족하면서 자격증을 따야 지도자 자격을 갖는다.
프로 선수는 몇몇 자기 관리가 투철한 선수를 제외하고 체력, 기량 하락으로 30대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직업에 비해 은퇴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재취업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프로 선수들이 가장 수월하게 잘 할 수 있는 아마 지도자에 대한 수요가 한국과 일본 모두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야구계의 결정은 우리나라 야구계도 참고할 만 하다.
autumnbb@osen.co.kr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 국가대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