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예능 포맷의 가장 기본이자 대중적 인기의 중심에 섰던 토크쇼가 최근 시청률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토크쇼 포맷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지상파 3사 심야 예능을 꽉 채우고 있지만 시청률은 7~8%에 머무는 상황. KBS 2TV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두 자리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SBS ‘힐링캠프’를 비롯해 MBC ‘라디오스타’, KBS 2TV ‘해피투게더’ 등은 화제성과는 별개로 한 자리대 시청률을 맴도는 중이다.
토크쇼의 이 같은 침체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대부분 식상함을 이유로 꼽는다. 지상파 한 PD는 “토크쇼 포맷은 아무래도 예능의 고전인만큼 가장 친근한 포맷이지만 최근에는 지상파를 비롯한 케이블과 종편 등 워낙 많은 곳에서 제작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는 토크쇼의 자리를 대신 메우는 건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다. 특히 다큐적 기법을 예능에 도입한 이른바 다큐예능이 최근 각광받는 신(新) 예능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다큐예능에 대한 관심은 최근 제작되고 있는 지상파 3사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개편 시즌을 맞아 활발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가운데 주목 받고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은 대부분 다큐예능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대표주자는 SBS 다큐예능 ‘땡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부작으로 방송된 ‘땡큐-스님 ,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세 남자의 1박2일 동안의 여행 과정을 콘셉트로 잡아 다큐예능 실험에 도전했다.
결과는 좋았다. ‘땡큐’ 1부는 금요일밤 자정 가까운 시간에 방송됐음에도 시청률 13.6%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2부는 그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진정한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고무적인 평가를 들으며 다큐예능 장르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대자연의 풍광 속에 인공의 냄새 보다는 출연진들 간의 소통 과정이 부각되며 심리적 이완과 감동을 안겼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오는 26일 정규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인간의 조건’ 역시 파일럿 방송 당시 시청자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휴대폰을 비롯해 인터넷과 TV 등 현대 문명의 기기를 차단한 상황에서 출연진들의 생활상을 관찰하듯 접근한 이 프로그램은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방송 당시 주목 받았다.
첫 방송을 앞두고 현재 기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행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행진’은 출연진 10여명의 6박7일간의 국토대장정 과정을 담는 다큐예능프로그램. ‘행진’은 일주일간 걸으며 느끼는 거리의 압박감, 체력적 상실감, 선택의 후회 등 절절한 고통을 겪고 완주 후에 만끽할 수 있는 성취감과 희망 등을 영상일기로 펼친다는 계획. 얼굴을 맞댄 대화 보다 SNS와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국토대장정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휴머니즘이 ‘행진’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BS 예능국의 한 PD는 “예능 프로그램이 가상의 시대에서 리얼로 옮겨 갔고, 또 최근에는 그 흐름이 '진짜'를 요구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이는 진정성에 대한 요구인데 그런 점에서 다큐예능이 각광받는 것 같다. 가공되지 않은 앵글이나 편집이 주는 힘이 시청자들에게 더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추세”라며 “시청층 같은 경우도 전세대를 아울러야 하는데 다큐예능은 이러한 점에서 좀 더 보편적이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화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