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새 우완 외국인투수 스캇 리치몬드(34)가 3회 WBC에서 캐나다 대표로 출전할 뻔한 해프닝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리치몬드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리치몬드의 WBC 출전 소식을 알린 건 캐나다 현지 언론이다. 캐나다 일간지인 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조이 보토(신시내티)의 대표팀 출전 여부를 보도하면서 "스캇 리치몬드가 캐나다 대표팀에 추가 발탁됐다"고 전했다.
리치몬드는 이미 캐나다 대표팀으로 출전한 경력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한국전에 등판하기도 했고, 올림픽 본선 진출을 희망했으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입단 제의로 출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포기하면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결국 이뤘지만, 캐나다 국가대표로 함께하지 못한 걸 이후에도 아쉬워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리치몬드가 캐나다 국가대표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WBC 대표로 선발되면 2월 중순부터 합숙훈련을 해야하며, 최소 3월 중순이 지나야 팀 합류가 가능하다.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외국인선수가 리그와 팀에 적응해야 할 시간인 전지훈련을 모두 빠진다면 그만큼 팀으로서는 손해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WBC 출전을 고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롯데는 4년 전 카림 가르시아(38)의 WBC 출전 강행으로 손해를 봤다. 2008년 롯데 타선을 이끌었던 가르시아는 이듬해 3월 멕시코 대표로 선발, 대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가르시아는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려 정작 정규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개막 후 5경기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고, 시즌 성적도 타율 2할6푼6리 29홈런 84타점으로 다소 떨어졌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리치몬드의 WBC 출전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현지 언론이 리치몬드의 국가대표 승선을 전한 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리치몬드가 WBC에 출전하는 건 사실 무근"이라고 확인했다. 외국인선수 영입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문한 운영부장은 "사실 작년 말 리치몬드와 계약을 맺을 때 캐나다 WBC 국가대표로 선발 된 상황이었다"고 공개했다.
이어 이 부장은 "리치몬드에게 '아시아에서 야구를 하는 게 처음 아니냐. 그리고 우리 팀은 새 감독도 오셨기에 한국 프로야구 적응을 위해서 (캐나다) 국가대표 사퇴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다. 그래서 리치몬드가 캐나다 (어니 위트)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해 정중하게 출전을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리치몬드의 이번 해프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의 기량이 검증되기도 했다. WBC에 임하는 캐나다 대표팀은 역대 가장 강력한 선수단을 꾸렸다는 평이다. 13일 확정 발표된 캐나다 대표팀 23명의 명단에는 15명의 전·현직 메이저리그거 대거 포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은 캐나다인만큼 전력도 두텁다.
이런 캐나다 대표팀에서 리치몬드는 지난해 말 승선 제의를 받았다. 이는 곧 리치몬드의 다양한 경험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이 부장은 "리치몬드는 2년 동안 지켜본 선수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뛰고,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꾸준히 출전했기에 기량이나 몸 상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쉐인 유먼(34)은 영입 당시 이름값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지만 2012년 롯데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우뚝 섰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였던 라이언 사도스키(31)가 부진했지만 유먼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이룰 수 있었다. 영입까지 이르는 과정은 리치몬드도 유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메이저리그 보다는 마이너리그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 기량에 의문부호를 드러내는 시각도 있었다. WBC 해프닝을 통해 기량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리치몬드가 올해 롯데 마운드의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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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 페이스북, 사진 왼쪽.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지역예선 한국전 승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