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슬럼프를 겪게 되더라도 5승 가량을 거둘 수 있다면 다시 상승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 10년차 시즌을 최고의 한 해로 보냈고 연봉도 대폭 인상되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주력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국제무대 마운드에도 오를 예정이다. 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로 거듭난 노경은(29)은 반짝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는 투수가 되길 바랐다.
지난해 노경은은 셋업맨에서 선발로 보직을 이동하며 42경기 12승(2완봉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으로 8개 구단 국내 투수들 중 최고급에 해당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후반기에는 선발로서 11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하는 등 에이스 노릇을 확실히 해내며 더스틴 니퍼트, 이용찬 등과 함께 두산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시즌 초반 셋업맨으로 올린 7홀드까지 포함, 계투로서도 공헌도를 인정받은 노경은은 이용찬을 제치고 팀 내 투수 고과 1위에 올라 191%가 인상된 1억6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에서도 연봉 계약 이전 이미 노경은에 대해 1억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책정했을 정도로 알찬 활약상이었다. 노경은의 지난 시즌 연봉은 5500만원이다.
그 뿐만 아니다. 노경은은 오는 3월 벌어지는 WBC에서 대표팀의 전천후 투수로서도 기대가 크다. 주력 선수들의 잇단 전열 이탈 현상으로 인해 역대 최약체급 대표팀이라는 평도 받고 있는 WBC 대표팀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국제대회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아졌을 뿐이다. 노경은은 지난 2009년 네덜란드-스웨덴 야구 월드컵 이후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주력 대표팀 승선은 처음이다.
구위와 투구 내용이 워낙 좋았던 데다 타국에서도 노경은에 대한 배경지식은 많지 않다. 그만큼 노경은이 4년 전 WBC에서 맹활약을 펼친 정현욱(LG)의 활약상을 재현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선수 본인은 겸손해 하며 “그저 대표 선수로서 좀 더 몸을 일찍 만들고 국제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당연히 좋은 성적으로 대표팀의 호성적에 힘을 보태고 싶지요. 시즌을 앞두고 제대로 감을 잡는 무대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대표 선수들의 오버 페이스에 대한 우려 시각도 있으나 노경은은 프로 데뷔 이래 항상 전지훈련 이전 제 컨디션을 만들어 놓는 데 익숙했던 투수인 만큼 그에 대한 걱정은 기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초까지 노경은은 팀의 주력이 아니라 눈도장을 받아야 했던 1.5군 투수였기 때문이다.
150km을 손쉽게 넘기는 직구 구위와 포크볼-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노경은은 뛰어난 순발력이 바탕된 투수 수비력까지 보여준다. 지난해 심심치 않게 투수 정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나왔으나 노경은은 재빠른 순발력으로 이를 직선 범타 처리했다. 기본적인 발이 빠른 데다 타구에 대한 판단력이 좋은 만큼 투수 수비력에 있어서도 노경은은 국내 A급 투수로 꼽힌다.
많은 재능을 갖고 있으나 그에게 물음표가 붙은 한 가지. 바로 지난해의 활약상을 올 시즌에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느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야구 선수들도 상승 기류를 타다가 컨디션 저하 등 언젠가 찾아올 하강 곡선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좋은 선수들은 그 기복의 차를 완만하게 만드는 반면 기복 차를 줄이지 못하고 한 단계 더 올라가지 못하는 선수들도 허다하다. 이는 노경은의 2013시즌 가장 큰 숙제다.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이제는 컨디션 부조 같은 현상이 길게 오더라도 한 시즌 5~6승은 따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잖아요. 시즌 초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초반 잠시 난조에 빠지더라도 빠르게 제 페이스를 찾아서 상승세를 타고 기복의 차를 확실하게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고”.
데뷔 초기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만큼 팔 관리에 대해 집중하는 노경은이라 부상 가능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정명원 코치로부터 사사한 포크볼 계열 구종도 팔꿈치에 무리를 주기보다 ‘어떻게 공을 긁어주느냐’에 포인트를 주고 던진다. 정확히 스플리터인지 정통 포크볼인지에 대해 묻자 노경은은 “반포크볼(스플리터)보다는 약간 좀 더 손가락을 벌리고 던진다”라며 간략히 설명했다. 선수의 밥줄이 달린 만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전반기에 5승 이상은 거두고 싶어요. 어떤 컨디션으로 치르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언젠가 찾아올 슬럼프 시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전반기 5승 이상을 거둔다면 올 시즌도 순탄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2군 생활에 지쳐 허탈한 웃음을 보여주던 과거의 노경은은 없다. 대신 이제는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에 감사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라는 말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노리는 에이스 노경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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