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뛰어난 패싱감각이 이따금씩 나왔으나 아직은 경기 감각이 확실히 돌아오지 않은 듯 보였다. 2쿼터에는 그가 코트에 있을 때 원활한 볼배급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3쿼터 3점포 두 개로 2쿼터 미약했던 점을 만회했다. 목 디스크를 떨치고 돌아온 ‘매직 핸드’ 김승현(35, 서울 삼성) 효과는 아직 미풍이지만 서서히 뜨거워지고는 있었다.
김승현은 20일 안방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경기에 2쿼터부터 투입되어 9득점 2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실전 공백 때문인지 전반에는 전성 시절의 현란한 패스워크는 눈에 띄지 않았으나 출장 시간이 늘어나며 김승현의 활약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팀은 58-72로 패하며 5연패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수비력에서 확실한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 경기 전 김동광 감독은 “김승현이 수비 맥은 파악하고 있는데 아직은 아쉬운 감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즌 초반 목 디스크로 인한 전열 이탈 공백으로 인해 경기 체력이 확실히 올라오지 못했고 따라서 상대 가드진의 공격을 쫓는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전성 시절 김승현은 신장은 작아도 득달같은 가로채기로 수비 5걸에도 이름을 올리던 가드였다.

1쿼터를 21-15로 앞선 채 마쳤던 삼성은 2쿼터 김승현이 뛰는 동안 확실히 달아나지 못하고 경기 분위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김승현은 2쿼터 초중반 무렵 패스 과정에서 앞에 있던 이동준 대신 더 건너편 선수에게 패스를 넘겨주려다 턴오버를 범하기도 했다. 1쿼터 코트를 누비던 이정석이 다시 김승현과 교체되었으나 넘겨준 분위기를 재차 가져오지 못하고 2쿼터 34-39로 리드를 내줬다.
3쿼터 시작과 함께 김승현은 다시 코트에 들어섰다. 김승현은 3쿼터 3분 경 상대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가로채기에 성공했으나 속공 상황에서 공격수들을 기다리다 신명호에게 공을 뺏기고 말았다. 트레일러가 마땅히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었으나 먼저 민첩하게 원맨속공을 전개하지 않은 김승현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김승현은 스스로 3점포를 터뜨린 후 멋진 패스를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 3쿼터 중반에는 김승현이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백패스로 이동준에게 기회를 줬고 이동준은 이를 대리언 타운스에게 연결, 호쾌한 투핸드 덩크로 이어졌다. 어시스트 기록은 남지 않았으나 김승현의 패싱 능력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순간이다. 쿼터 종료 2분 전에는 골밑의 타운스에게 곧바로 가는 큰 포물선의 엔트리 패스를 보여주기도 했고 이어 44-47로 점수 차를 좁히는 오픈 3점포를 터뜨렸다.
거기까지였다. 김승현은 분수령이 된 4쿼터에서 확실한 공헌을 보여주지 못하고 테크니컬 파울 2회를 지적받으며 퇴장당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5연패에 빠진 동시에 시즌 전적 13승 21패로 8위 원주 동부와의 격차를 2경기 차로 벌여놓고 말았다.
서서히 감각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소속팀 삼성은 정말 갈 길이 바쁘다. 지난해 최하위 굴욕을 씻기 위해서는 김승현이 특유의 탁월한 경기 조율력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지난 시즌 중 만능 포워드 김동욱을 오리온스에 주고 데려온 김승현은 언제쯤 삼성의 '키맨'으로 우뚝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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