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기네”...허재의 헛웃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21 07: 07

“다쳤다 하면 크게 다쳐서 다들 올 시즌 복귀가 어렵다”.
가뜩이나 리빌딩 체제 돌입으로 전력이 약화되었는데 부상이 이어진다. 그것도 다쳤다 하면 시즌 아웃급이라 한숨밖에 안 나오는 지경. 허재 전주 KCC 감독은 헛웃음만 지었다.
올 시즌 KCC는 6승 28패(21일 현재)로 최하위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있다. 9위 서울 삼성과의 격차도 무려 7경기 차.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갔고 승률은 1할7푼6리에 그치고 있다. 혼혈 귀화 선수 전태풍(고양 오리온스)이 약속된 3시즌을 보내고 이적했고 센터 하승진의 공익근무, 포워드 추승균의 은퇴 등으로 크게 전력이 약화되어 하위권이 예상되었으나 전신 현대 시절부터 강호로 자리매김하던 KCC였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최하위 추락은 상전벽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부상자들의 속출. 전지훈련에서 허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데 집중했던 신인 포워드 장민국은 발등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파워포워드 강은식도 재수술로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이며 포워드 이중원, 유병재는 부상으로 인해 결국 시즌을 앞두고 아예 은퇴를 결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한 2년차 포워드 김태홍은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아웃 부상. 계속된 포워드진의 부상으로 인천 전자랜드에서 영입한 베테랑 이한권도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빨라야 시즌 말미 복귀가 가능하다. 계속된 부상이 이어지다보니 서울 SK에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를 주고 부랴부랴 크리스 알렉산더와 김효범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KCC다.
“다치고 나서 시즌 중 복귀가 가능하다면 모를까. 한 번 다치면 정말 길게 가는 부상들을 당했다. 시즌 중 돌아오는 선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음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올 겨울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성적도 안 나오는 데 잇단 부상으로 선수 곳간마저 썰렁하니 더욱 씁쓸했던 허 감독이다.
포워드진의 악령 뿐만 아니다. 베테랑 가드 임재현은 지난 19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박구영의 발을 밟으며 발목을 접질렸다. 이미 발목 인대가 끊어져 수술 대신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발목 뼈를 지탱 중인 임재현은 가볍지 않은 부상을 당하고서도 20일 서울 삼성전에서 14득점으로 분전하며 연패 탈출에 힘을 쏟았다. 20일 경기 막판에는 수비 좋은 포인트가드 신명호가 상대 선수와 충돌, 갈비뼈 부위에 부상을 입으며 우려를 낳았다.
차라리 선수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경기력이 아쉽다면 다음 경기에서 보완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부상자가 연이어 속출한다면 감독 입장에서도 도리가 없다.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써내려가던 허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순위와 전열 공백에 “올 겨울은 왜 이렇게 긴 거야”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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