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본격적인 올 시즌을 준비에 들어갔다. 20일 1차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으로 떠난 LG 선수단은 오는 2월 6일까지 기초 체력훈련을 시작으로 자체 청백전에 임한다.
김기태호의 두 번째 도전이 막을 연 가운데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과 가능성을 보인 신재웅(31), 최성훈(24), 윤요섭(31), 김용의(28)도 2013시즌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신재웅과 최성훈은 이미 지난 8일부터 사이판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윤요섭과 김용의는 20일 사이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 넷 모두 한 번씩 프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벽을 무너뜨려 1군 선수가 됐고 2013시즌 LG가 팀을 구상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중이다.

신재웅은 2005년 동의대를 졸업한 후 LG에 입단했지만 2007시즌 FA로 영입한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한 후 어깨 부상으로 방출됐다. 최성훈은 경기고 시절 작은 체구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하고 대학진학을 택했다. 신고 선수 출신 포수 윤요섭은 프로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김용의는 프로야구 선수로는 드물게 현역으로 군복무에 임하면서 프로 생활을 지속하는 데에 물음표가 붙었었다.
반전의 시작은 지난해 1월 체력테스트였다. 김기태 감독이 LG 사령탑에 오르면서 시행된 이 테스트에서 넷은 빼어난 성적을 기록해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지훈련에서도 이들은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것은 물론, 돋보이는 기량으로 김기태 감독의 기대를 받았고 지난해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2012시즌 삼성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내정됐던 신재웅은 뜻하지 않은 부상과 페이스 저하로 개막전 엔트리에 제외됐다.. 그러나 1군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올스타전 이후부터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투수로 다시 잠실 마운드를 밟는 데 약 6년이 걸렸음에도 5승으로 후반기 팀 내 최다승을 기록, 당당히 LG 선발진의 축이 됐다. 시즌 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평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진 신재웅은 2013시즌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삼아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하려 한다.
두 번의 드래프트 끝에 LG 유니폼을 입은 최성훈에게 경기고 3학년 당시 맞이한 첫 번째 드래프트는 악몽이었다. 드래프트 전날 프로선수가 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잠을 설쳤지만 끝내 자신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2008년 드래프트 다음날 최성훈은 봉황대기 16강전에서 노히트노런으로 미지명의 설움을 날려버렸고 4년 후를 기약하며 경희대에 입학했다.
4년이란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작년 전지훈련 부터 일찍이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물건이다"는 평을 받은 최성훈은 빠르게 올라섰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류현진과 선발 대결을 벌였음에도 6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첫 시즌, 신인이라고 보기 힘든 배짱투를 선보이며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한 최성훈은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목표로 2013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겨울 윤요섭은 생소한 1루수 미트를 쥐고 수비연습에 임했다. 당연히 공을 받는 위치도 홈 플레이트가 아닌 1루 베이스였다. 친정팀 SK와 LG에서 윤요섭은 좀처럼 1군 무대서 포수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포수 능력보다는 타석에서 보여주는 공격력이 주목받았고 대타와 지명타자로 중용됐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포수와 1루수를 겸업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하지만 윤요섭이 2012시즌 1루수로 출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윤요섭은 시즌 초 김기태 감독과 면담에서 포수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김 감독은 윤요섭의 요구를 승낙했다. 그러면서 윤요섭은 시즌 중 단체 훈련과 개인 포수 훈련을 병행하며 경기에 출장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1군에서 포수마스크를 썼고 때때로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면서도 타율 2할9푼8리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작년 포수로 75경기, 선발 포수로 46경기를 출장한 윤요섭은 2013시즌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노린다.
작년 프로 4년차였던 김용의는 1군 무대가 낯설었다. 2008년 두산에 프로입단한 후 당해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채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프로에 들어오고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선수 생명 위기에 직면, 스스로도 지도자를 염두에 뒀다. 다행히 김기태 감독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용의를 전력감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전지훈련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다.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시 야구공을 잡았지만 지난 시즌 김용의는 멀티플레이어로서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시즌 초반 정성훈의 백업 3루수로 출장하다가 주전 2루수 경쟁에도 참가했고 1루가 빌 때는 1루수로 뛰었다. 타율은 2할4푼7리였지만 득점권 타율 3할1푼4리로 집중력을 보였고 빠르게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당장 주전으로 올라설 포지션을 찾기가 힘들지 모른다. 그래도 김기태 감독이 엔트리 전원을 모두 가용하는 야구를 추구하는 만큼, 대타 혹은 대주자나 대수비로 언제든 기회가 갈 것이다.
넷 모두 포지션이나 맡은 역할이 다르고 각자에게 거는 기대치 역시 차이가 날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지금 시점에서 이들은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변수란 것이다. LG는 긴 시간 동안 중심선수들의 활약에도 좀처럼 확실한 신예가 나타나지 않아 고배를 마셨다. 올해 역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전력 이상이 필요하다. 좌절을 이겨내고 김기태 감독의 도장을 받은 넷이 LG의 2013시즌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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