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000억 실탄 공세, 형님들 각성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21 06: 25

걸음마라고 보기에는 그 보폭이 공격적이다. 프로야구 10구단 KT가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구단들의 각성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0구단 창단 최종 승인을 받은 KT는 공격적인 행보를 약속했다. 든든한 모기업을 등에 업고 야구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이는 KT와 수원이 KBO에 제출한 공약 사항에서도 잘 드러난다. 성적이야 신생 구단의 한계가 있지만 투자만은 절대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온다.
KT는 이미 330억 원의 지출 용도가 확정됐다. 야구발전기금 200억 원을 비롯, 가입금 30억 원, 가입예치금 100억 원이 그것이다. KT 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KT는 이 금액을 제외하고 창단 및 1군 진입시까지 총 650억 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650억 원의 구체적인 쓰임새를 보면 심상치 않은 막내의 도전을 읽을 수 있다. 구단 자본금 30억 원, 창단 비용으로 20억 원을 잡은 KT는 1군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에 250억 원의 예산을 생각하고 있다. 선수 및 코칭스태프 계약금에 40억 원, 9개 구단 보상선수 영입에 90억 원은 기본이다. 여기에 FA 선수 영입에 80억 원,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15억 원을 배정했다. 수준급 즉시 전력감을 찾아 쏠 수 있는 실탄이다.
그 외에도 2군 구장 및 숙소 건립에 들어갈 200억 원도 눈에 띈다. 그동안 2군 구장 및 숙소 건립은 보통 1군 지원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야 2군 전용 구장을 확보한 팀도 있다. 그러나 KT는 뒤로 밀릴 수 있는 사안까지 즉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구단 운영비 역시 180억 원을 쓰겠다고 했다. 9구단으로 뛰어든 NC보다 더 많은 수치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1군 진입 후다. 10년 간 2000억 원의 투자 의사를 드러냈다. 연간 350억 원의 운영비를 생각하고 있다. 이중 150억 원은 야구단이 낼 수익으로 해결하고 200억 원을 모기업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350억 원은 삼성·LG 등 기존 구단들 중에서도 많은 돈을 쓰는 팀들에 버금가는 운영비다.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수단 지원 방안에 이르면 자신감까지 묻어나온다.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선수단 숙소만 보면 KT가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시설이 좋다. KT는 야구단에도 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선수단 숙소에는 산소방, 재활센터, 전력분석실 등 최첨단 시설이 들어간다. 그 외 포상금으로 KT 주식을 지급하는 등의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막내의 겁 없는 도전은 기존 구단들의 야구단 운영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존 구단들도 운영 및 선수단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KT가 내놓은 방안에 비하면 모자란다. 선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소한 다들 KT만큼의 지원책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전체 야구단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수원시의 약속 역시 마찬가지다. 수원시는 이미 총 2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KT가 10구단의 주체로 확정되기 전임에도 과감하게 투자했다. KT에 대한 지원방안도 파격적이다. 25년 간 무상 임대는 물론, 야구장 부대시설의 임대 사용 및 수익권과 경기장 광고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수원야구장의 명칭 사용권도 실질적인 효과로 치면 금액이 꽤 된다는 평가다.
최근 각 지차체들은 야구장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재정을 불리고 있다. 각 구단은 매년 혹은 2년 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광고권 협상을 놓고 지자체와 진통을 겪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지자체가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수원시의 약속 또한 다른 지자체와는 차별성이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수원과 비교하는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약속대로만 진행된다면, KT와 수원은 프로야구라는 연못에 큰 돌을 던질 수도 있는 셈이다. 10개 구단 체제라는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인 성장 또한 도모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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