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우완 에이스였던 손민한(38)이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한때 손민한은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시작과 끝이었다. 2008년 시즌을 마치고 거액의 FA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어깨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2011년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작별을 했다. 야인이 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와는 별개로 손민한은 비리에 얽혀 들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07년부터 선수협 회장을 맡았었던 손민한은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배임수재 및 횡령에 연루되어 결국 불명예스럽게 회장자리를 내놓아야만 했다. 권 전 총장이 구속되면서 손민한의 사법처리 여부도 관심을 모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부상과 수술로 인한 방출, 그리고 비리문제까지 엉켜 손민한은 야구선수로서 명예를 모두 잃었다. 2011년 말 롯데에서 방출됐을 당시 신생구단 NC 다이노스는 손민한의 영입을 타진한 바 있으나 당시 여론에 밀려 포기해야만 했다. 새롭게 출발할 팀이 비리 혐의가 있는 선수를 영입해 굳이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협이 소를 취하하면서 손민한도 일단 법적인 짐은 덜어놓게 됐다. 그러면서 다시 NC 입단을 타진하고 있다. 손민한은 지난해 말 NC 김경문(55) 감독을 직접 찾아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고, 김 감독은 테스트를 준비하도록 허락했다. 1월로 예정됐던 테스트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지만, NC 구단 관계자는 "아마 이번달 내에는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겠는가. (김경문) 감독님이 이야기를 해 놓고 가셨다"고 확인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이미 손민한은 한 차례 반대여론에 직면해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선수협 회장시절 있었던 비리혐의도 아직 완전하게 풀린 건 아니다. 초상권 문제 외에도 공금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손민한은 최근 선수들에게 "야구계에 누를 끼쳐 죄송하며 선후배 야구인들께 거듭 사죄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송, 도덕적인 짐을 털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야구판에 다시 돌아오려면 동료 선수들의 용서를 받아야만 한다. 이미 한 번 회장으로서 동료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손민한이다. 프로야구 팬들의 여론을 살피기에 앞서 함께 그라운드에서 뛸 선수들의 여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들이 손민한의 복귀를 반대한다면 NC도 무리해서 그를 영입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손민한이 사과문을 발송한 뒤 현 선수협 회장인 박재홍(40)은 트위터를 통해 강한 어조로 손민한의 현역 복귀를 반대했다. 박재홍은 "이게 사죄문이냐. 권 전 총장의 비리를 물러날 때야 알았다는게 말이 되느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면서 "권 전 총장이 수사를 받으면서 선수협 돈이 날아간 게 수십억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손민한이 회장으로서) 관리감독을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되는데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재홍이 전체 프로야구 선수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역 선수들의 여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수는 "사과문을 읽어 봤는데 아직 의혹이 제대로 풀린 건 아니지 않느냐. 글 한 줄로 과거를 모두 잊는 건 좀 아닌것 같다"면서 "다른 선수들도 '이건 좀 아니다'라는 말이 많다"고 귀띔했다.
손민한이 선수로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수협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동료들에 사과문을 보냈지만 손민한의 진심이 전해지지는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손민한이 선수로 복귀해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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