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혁신’이 주춤한 사이 열린 ‘가격 경쟁’의 시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1.21 10: 44

스마트 기기에 가격 경쟁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표 되는 ‘애플 제국’의 ‘혁신’이 주춤하는 사이 비슷한 쓰임새와 사양을 갖춘 후속 주자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12월 태블릿 PC 판매 실적에서 구글 ‘넥서스7’이 처음으로 아이패드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사건’이 생겼다. 21일 보도 된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BCN 랭킹에 따르면 구글 ‘넥서스7’이 44.4%의 시장 점유율을 보인 반면 아이패드는 40.1%에 머물렀다. 아이패드가 선두를 뺏긴 것은 2010년 일본 시장 이후 처음이다. 12월 판매량은 연말 수요가 몰리는 시즌이라 전체 시장의 흐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넥서스7’이 아이패드를 누른 이유가 더 재미있다. 오로지 ‘가격이 더 싸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BCN이 소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요인을 조사한 결과다.

‘스마트 제국’ 애플의 달라진 환경은 또 있다. 애플은 최근 일본 샤프로부터 공급받는 아이패드용 패널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그 이유 또한 앞의 상황과 비슷하다. 같은 기능이지만 가격이 싸고 휴대가 편한 ‘아이패드 미니’의 인기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에 아이패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애플이 중국 같은 신흥시장을 노려 저가 보급형 아이폰(일명 ‘아이폰 미니’)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통신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알뜰폰’ 시장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해 11월 말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115만 4000으로 집계 됐다. 4개월 이른 7월의 47만 6000명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기기를 살 수 있는 데다,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메신저 등 스마프폰에서 주로 쓰는 기능들이 모두 가능하다. 기본료가 매우 싸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요금도 기존 통신사에 비해 20~30% 가량 싸다. LTE서비스가 가능한 알뜰폰 사업자도 등장했다.
CJ헬로모바일, SK텔링크, 에넥스텔레콤, 프리텔레콤, 에버그린모바일 등 알뜰폰 사업자들은 새해들어 유통 경로가 다양해져 본격 성장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격 및 서비스 차별화를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이라면 휴대전화기 제조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혁신’이 없다면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시장의 환대를 받기가 어렵다. 애플이 구축했던 ‘스마트 제국’은 삼성과 구글을 축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추격으로 그 독보적 지위가 많이 훼손됐다. 일부 스펙에서는 오히려 후속 주자들이 앞선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만약 스마트 기기가 처한 상황이 ‘혁신이 주춤한 시대’가 맞다면 남은 경쟁은 ‘가격과 스펙’에서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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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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