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올스타전 MVP 상금은 무조건 선배님께 드릴 것".
MVP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질문인 '상금의 사용 용도'를 묻자 김정은(26, 하나외환)은 망설임 없이 "김영희(51) 선배님께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으레 하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 너무나 확고해 순간 김영희를 떠올리느라 약간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김정은은 20일 경산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농구 올스타전서 MVP의 영예를 안았다. 투표인단 27명 중 19명의 표를 받은 김정은은 이날 경기서 16득점 3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2011-2012시즌 올스타전에서도 박정은(삼성생명)과 함께 MVP를 수상했던 김정은은 이로써 WKBL 최초로 2년 연속 올스타전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해 김정은은 소속팀 신세계의 갑작스런 해체와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그리고 개인적인 부상까지 겹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인터뷰실에 들어오자마자 "솔직히 말해서 정말 민망하다. 한 것도 없는데, 초반에 부상 때문에 고생했고 팀도 하위권이라 힘내라고 주신 것 같다"며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 올스타전인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자농구 대선배를 향한 김정은의 감동적인 선배사랑이었다. 상금을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이 나오자 "지난 해 (MVP)받았을 때도 건강이 좋지 않으신 김영희 선배님께 드렸다"고 즉답한 김정은은 "앞으로도 올스타전 MVP 상금은 무조건 선배님께 드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205cm의 키로 한국 여자농구사상 최장신 선수로 기억되는 김영희는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다. 하지만 현재는 성장 호르몬의 과잉분비로 손, 발, 코, 턱 등 신체 말단의 뼈가 과도하게 자라는 말단비대증으로 투병 중이다.
그러나 김영희는 투병 중에도 한국 여자농구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코트를 찾아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김정은은 누구보다 여자농구를 사랑하는 대선배에 대해 "가끔 체육관에 오실 때마다 좋은 말씀도 해주셨는데 요새는 자주 못 오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화합과 축제의 장이었던 여자농구 올스타전은 만원관중을 이루며 여자농구 중흥의 희망을 엿봤다. 그리고 김정은의 감동적인 선배사랑은 그 마무리까지 훈훈하게 장식한 미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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