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미남미녀보다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 성적 소수자, 주인공이 아닌 주연들이 브라운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을지언정 이제 이들은 당당히 메인스트림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가수 윤종신, 하림, 기타리스트 조정치로 구성된 신치림은 지난해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특집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 프로젝트 그룹. 과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신치림은 ‘무한도전’ 출연 이후로 계사년을 빛낼 예능 블루칩이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이전에는 가수 정인의 연인으로 더 유명했던 조정치는 누구보다 ‘핫’한 예능인으로 떠올랐다.
이 독특한 ‘못친소’ 스타는 사실 말을 유창하게 하거나 뛰어난 개인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조정치 자체의 매력을 느끼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게 됐다. 결국 조정치는 한두 달 사이에 연인인 정인을 넘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보수적인 유교 사회에서 동성애는 대표적인 금기 중 하나였다. 특히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라운관에 동성애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방송인 홍석천은 자신의 성향을 핍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견뎌내고 당당히 지상파에 복귀했다. 처음 거부감을 가졌던 시청자들도 동성애자 홍석천이 아닌 남들과 조금 다른 인생을 산 홍석천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최근 홍석천은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단독 게스트 출연을 제의받아 이를 협의 중이다. ‘힐링캠프’에 초대됐던 게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홍석천의 출연은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힐링캠프’에는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를 비롯해 정치인 문재인, 안철수, 야구선수 이승엽, 축구선수 기성용, 월드스타 싸이, 제작자 양현석 까지 평소 TV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계 인사들이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홍석천이 ‘힐링캠프’ 출연을 제의받았다는 것은 그가 더 이상 방송에서 금기시되는 인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또한 지난 2007년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뒤에서 자투리로 시작했던 ‘라디오스타’는 이제 7년차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10월 ‘무릎팍도사’의 그늘에서 벗어난 ‘라디오스타’의 미래에 대해 우려했다. 한 주에 20~30분 가량 방송되던 ‘라디오스타’ 어찌 평일 오후 11시 황금시간대 예능을 제 힘만으로 책임질 수 있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오롯이 제 갈 길을 가는 방법으로 이들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잠재적 예능감을 지니고 있는 특별한 게스트들을 초대해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던 ‘라디오스타’는 단독 방송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 콘셉트를 버리지 않았다. 이와 같이 최근 '라디오스타’에서는 염경환, 홍석천, 윤성호, 숀리가 출연한 ‘해돋이‘ 특집과 이창명, 솔비, 상추, 데프콘, 쇼리 J가 나온 ’거친 인생들‘ 특집 등 제 3의 인물들이 등장한 색다른 특집으로 의외의 웃음을 선사했다.
비주류가 주류를 이길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먼저 시청자들의 보다 열린 사고가 이들의 성공을 도왔다고 할 수 있다. 전과 같으면 열렬한 반대에 부딪혀 방송국 근처에도 올 수 없었던 홍석천과 같은 연예인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려 노력하는 것이 바뀐 분위기다. 대중은 남보다 사연 많은 삶을 살았던 홍석천에 대해 궁금해 하고 그가 선보이는 ‘퀴어 개그’에 즐거워한다.
또한 요즘 대중은 잘난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염증을 느낀다. 그렇기에 자신과 비슷한 혹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고 박수를 보낸다. ‘무한도전-못친소’에 등장한 ‘못생긴 친구’들이 서로를 못생겼다 놀리고 그 안에서 매력 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시청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방송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분명히 미남미녀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볼 때와는 다른 웃음이다.
이처럼 점점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한 TV가 또 어떤 색다른 소재, 방식으로 비주류와 주류의 입장을 뒤바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mewolo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