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미계약’ SK, 그래도 느긋한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22 06: 12

 대부분의 친구들은 답안지를 제출하고 퇴실했다. 이제 ‘연봉협상 고사장’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남겨둔 팀은 SK다. 하지만 급하지는 않다. 아직 주어진 시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9개 구단들의 연봉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찌감치 협상 테이블을 정리한 넥센을 시작으로 20일에는 삼성·KIA·두산이, 21일에는 LG와 롯데가 협상 완료를 공식 선언했다. 스프링캠프 출국에 맞춰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과정에서 진통이야 있었지만 일단 홀가분하게 스프링캠프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제 연봉협상이 공식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팀은 한화·NC·SK가 남았다. 하지만 이 세 팀 사이에서도 온도차는 있다. NC는 신생구단이다. 진통의 여지가 크지 않다. 이미 15일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거의 모든 선수들과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화도 3명(이대수 고동진 김경언)과의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SK는 4명(정근우 박희수 송은범 최정)으로 미계약자 수가 가장 많다. 게다가 죄다 덩치가 큰 대어들이다. 남은 문제의 수와 난이도를 모두 고려했을 때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팬들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소간 의외의 결과다. SK는 최근 연봉협상에서 타 팀에 비해 수월한 결론을 이끌어내곤 했다. 구단은 비교적 합리적인 고과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가치를 매겼고 이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 또한 높았다. 불펜투수 등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포지션에 대한 대우도 좋아 타 팀 선수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 사정이 겹쳤다.
정근우 송은범은 2013년 시즌을 탈 없이 보내면 FA자격을 얻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FA 프리미엄’을 놓고 복잡한 셈법이 불가피하다. 올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 FA 취득을 1년 당길 수 있는 최정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협상 시작이 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희수의 경우는 몸을 만들기 위해 지난 6일 미국으로 먼저 출국하면서 시간적 문제가 있었다.
다만 SK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데드라인인 1월 말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일단 박희수는 이미 2~3차례 만나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서로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던 만큼 끝까지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구단의 예상이다. 문제는 FA 프리미엄을 원하는 선수들이다. SK도 고민에 빠진 채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말을 아끼면서 제시액을 조율 중이다.
SK 선수단은 20일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차린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협상 실무자들도 같이 미국으로 향한다. 캠프에서 미계약자들의 도장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아직 열흘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서두르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를 일찍 푼다고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지혜가 될 수 있다. 어쨌든 정답만 맞히면 된다. SK가 급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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