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들께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많이 응원들 해주셨는데”.
3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2년 간의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유망주. 전 소속팀에서 미미한 성적을 거뒀으나 현 소속팀은 그를 얻기 위해 기량이 검증된 백업 포수를 내줬다. 그만큼 호성적에 대한 당위성도 커졌고 성장세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두산 베어스 3년차 우완 김명성(25)은 2013시즌 두산 투수진의 다크호스다.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지난 2011년 롯데에 1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한 김명성은 대학 시절 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다. 고교 시절에는 중심타선과 3루수를 맡았으나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투수 전향, 묵직한 볼 끝과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주며 졸업반 때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 기쁨을 함께하며 병역 특례 혜택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김명성의 프로무대 성적표는 아쉬움이 컸다. 데뷔 첫 해 김명성은 1군에서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롯데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를 거치며 1군 무대는 밟지 못했다. 포수 용덕한과의 맞트레이드로 두산에 입단한 뒤 2군에서도 실전 투입보다 투구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했던 김명성이다. 지난해 김명성은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이유가 있었다. 투수로서 구력이 짧다보니 롯데 시절에는 대학 시절 특유의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어느 순간 김명성은 힘껏 던져도 135km 이상의 속구를 보여주지 못하는 투수가 되고 말았다. 롯데 입장에서도 2011년 당해연도 신인 최대어가 자기 공을 못 던지는 계륵으로 변모했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다시 대학 시절의 최고 구속에 가까운 146km의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김명성은 지난해 말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훈련을 통해 밸런스 교정의 효과를 보았다. 지난해까지 달았던 등번호 27번을 선배 김상현이 달게 되면서 28번 새 등번호로 새 출발을 다짐한 김명성이다.
“마무리훈련 때 총 1500개 정도의 공을 던졌습니다. 서동환 선배 만큼 많이는 안 던졌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훈련했던 중에는 가장 많이 던졌던 것 같아요. 백스윙 때 팔을 등 뒤로 크게 가지 않는 쪽으로 훈련했습니다. 백스윙이 너무 커지면서 공이 높게 뜨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구종 노출도 피하고 제구력도 보완하는 차원에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했습니다”.
김진욱 감독은 김명성에 대해 “투수 구력이 짧아서 아직은 투구 매커니즘을 확립해나가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마추어 시절 혹사 경력이 없는 만큼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는 어깨-팔꿈치 부하도가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두산이 그를 어떻게 만들고 선수 본인이 어떻게 마음먹고 훈련하느냐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아니면 만개하지 못한 비운의 유망주가 될 수도 있는 카드다.
다행히 김명성은 이적을 통해 심적 안정을 찾았다. 롯데 시절에 대해 김명성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따뜻하게 대해준 롯데 시절 선후배 동료들과 응원해주신 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라며 안타까워한 뒤 “두산으로 오니 동갑내기 선수가 많고 무엇보다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김명성은 ‘변화구로도 확실히 볼카운트를 이끄는 투수’가 되길 바랐다. 대학 시절 김명성은 제구되는 140km대 중반의 직구-커브 조합으로 이름값을 높였다. “체인지업의 움직임을 좀 더 높이는 동시에 커브로 100% 유리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 김명성의 올 시즌 목표는 25홀드. 지난해 박희수(SK)가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4홀드)을 세우기 전까지 25홀드 정도면 타이틀을 바라볼 수 있는 수치였다.
“목표를 크게 잡아놓아야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아직 보직은 잘 모르겠어요. 선수 입장에서 제가 미리 어느 보직에서 뛰고 싶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기회가 온다면 이번에는 꼭 잡고 싶어요. 올해는 꼭 1군에서 제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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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