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는 대전구장, 한화의 관건은 결국 '수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1.22 06: 14

야구는 환경의 스포츠다. 시즌의 절반을 치르는 홈구장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2013년 한화는 변수가 많은 팀이다. 
한화가 홈으로 쓰는 대전구장은 올 겨울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0월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응룡 감독이 '구장 크기'를 지적한 뒤 곧바로 펜스를 뒤로 미는 공사를 진행했으며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의 이적료로 기존의 인조잔디를 벗기며 천연잔디를 입히고 작업을 시작했다. 외야가 좌우 97m, 중앙 114m, 펜스 높이 2.45m에서 좌우 99m, 중앙 121m, 펜스 높이 3.2m-4m로 더 넓어지게 되고, 잔디는 아예 완전하게 바뀐다.
달라진 대전구장이 한화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까. 공격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응룡 감독은 "공격은 어차피 같은 조건 아닌가. 어차피 크게 칠 타자가 많지 않다"고 했고, 중심타자 김태균·김태완·최진행도 "어차피 넘어갈 홈런은 어느 구장이든 다 넘어간다. 외야 펜스가 조금 넓어져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타격 전문가 김성한 수석코치는 "1년에 고작 홈런 3-4개 정도 칠 타자들이 홈런 스윙을 하고 있더라. 펜스가 커진 만큼 홈런 스윙보다는 짧고 간결하게 정확한 스윙을 한다면 더 좋은 타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치적인 변화 만큼이나 심리적인 확장 효과가 있기 때문에 타자들의 '큰 스윙'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대전구장 변화의 핵심은 사실 공격이 아닌 수비에 있다. 김응룡 감독이 펜스 확장을 요청한 것도 바로 수비적인 부분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작은 구장에서 투수들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겠나"며 "작은구장에서 자주 뛰다 보니 외야수들의 플레이가 문제 있었다. 넓은 구장에 가면 열걸음 정도 차이가 나니 타구를 쫓다가 지치고, 중계 플레이에서도 송구 바운드를 맞추지 못한 실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좁은 구장에서 큰 구장으로 가면 적응하기가 어렵다. 수비에서 작은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 큰 경기장에서 많이 뛰면 어느 곳이든 적응이 될 것"이라며 "125m 정도로 늘어났어야 한다"라는 말로 더 크게 확장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외야가 넓어진 것만으로도 외야수들의 심리적 효과도 크다. 외야수 양성우는 "외야 펜스가 짧으면 움츠러들 때 있다. 이제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반겼다. 
잔디가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바뀌는 것도 핵심은 수비에 있다. 특히 바운드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내야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천연잔디는 기본적으로 인조잔디보다 푹신푹신해 발목·무릎·허리에 부담이 덜 간다. 피로 누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인조잔디보다 흙이 고르지 못해 불규칙한 타구가 많다는 게 변수다. 
주전 유격수 이대수는 "천연잔디로 바뀌면 부상이 방지되고 체력적인 부담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땅이 고르지 못하면 바운드가 불규칙으로 튄다. 특히 땅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시즌 초반에는 더욱 심하다. 땅이 다져지고, 잔디가 자리 잡을 때까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사직구장이 특히 그랬는데 수비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대전구장 내야의 흙 혼합 비율을 잘 맞추고, 땅을 꾸준히 다져놓는 관리작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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