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류승완 감독, 31일 개봉)이 '쉬리' 속 한석규의 14년 후 이야기로 상상하며 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관람법이 나왔다.
'베를린'의 제작사 대표는 12일 오후 '미디어데이'를 통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사 반응 중 '쉬리' 유중원(한석규)의 14년 후 이야기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실제로 전혀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라고 전했다.
지난 1999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서 한석규는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비밀요원으로 분해 남과 북에 관련된 사건을 파헤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절절한 멜로를 선보인다.

이런 한석규가 14년만에 다시 첩보영화 '베를린'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쉬리'와 '베를린'은 묘하게 겹쳐있는 부분이 있다. 둘 다 남과 북을 배경으로 한 액션 장르물이라는 점, 그 속에서 가슴 아픈 멜로 라인이 담겨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는 진귀한 첩보영화로서 당대의 대작들이라는 점 등이 그러하다.
한석규는 '베를린'에서 국제적 음모와 배후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독일 베를린 주재 한국 국정원 요원 정진수로 분해 '쉬리'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가 이런 류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쉬리'와 2002년 '이중간첩'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쉬리' 속 우중원의 캐릭터를 많은 부분 상기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베를린'에서 한석규가 분한 정진수는 극 중 하정우, 류승범, 전지현의 적으로 때로는 조력자로 위치를 달리하며 전반적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냉정과 열정,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지지는 않지만 뭔가 사연을 지닌 듯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클라이막스 속 한석규의 모습은 실제로 '쉬리'의 장면과 분위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쉬리'의 한석규가 14년이 지난 후 하정우와 류승범, 그리고 전지현을 만났다고 상상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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