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일곱 명의 남자들과 다섯 명의 아빠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생소한 일들을 해내느라 고군분투한다. 작년 7월 재정비를 한 KBS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과 이제 세 번째 방송을 마친 MBC ‘일밤 - 아빠! 어디가?’. 어딘가 닮은 이 두 프로그램은 요즘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서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맞이할 봄이 따뜻한 햇살로 가득할지 아니면 누런 황사로 가득할지 말이다.
아빠! 오늘은 어디가?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한 ‘아빠! 어디가?’. 이제 갓 세 번째 방송을 마친 이 프로그램의 행보에 제작진도 시청자도 훈훈한 아빠미소를 짓게 됐다. 아빠를 꼭 닮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예상치도 못한 웃음을 만들어 내며 숨 막히는 오디션과 뛰고 달리고는 버라이어티 사이에서 ‘아빠! 어디가?’는 편안한 웃음으로 빠르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심지어는 오랜 시간 침체를 겪었던 MBC ‘일밤’의 구세주로 까지 떠 올랐다. 아주 순조로운 출발이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아빠! 어디가?’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만들어 지는 ‘아빠! 어디가?’에서 익숙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적응이 아주 빠르다. 여행의 패턴이 비슷해지고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비슷해지면 아이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실증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갓 두 번째 여행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시기상조인 걱정이겠지만 아이들이 아빠와의 여행에 익숙해지기 전에 방송에 익숙해진다면 프로그램을 이끌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남자, 초심으로 돌아가라!
어느새 햇수로 4년째를 맞이한 ‘남자의 자격’. 그동안 뭐든지 어설픈 이 남자들은 자격증도 따고 배낭여행도 가고 밴드도 해보고 합창은 세 차례나 해냈다. 그리고 최근엔 낯설기만 한 ‘창극’에 까지 도전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남자의 자격’은 시청률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지만 큰 흔들림은 없었다. 작년에 멤버와 제작진을 재정비한 후에도 말이다.
그런데 지난 주, 세 번째 방송한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이 ‘남자의 자격’을 앞지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폭발적인 시청률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률의 상승과 하락은 언제나 있어왔다. 지금 ‘남자의 자격’이 신경 써야 할 건 하락한 시청률이 아니라 멤버들을 몰입시킬 수 있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라는 프로그램의 부제에 맞게 멤버도 시청자도 해보고 싶고 궁금한 새로운 도전들 말이다.
최근 마친 ‘패밀리 합창단’은 예전만큼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세 번째 도전인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다. ‘남자의 자격’은 그 동안 ‘직장인 밴드’나 ‘자격증’, ‘귀농’ 등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미션을 진지하게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남자의 자격’이 가진 매력이자 무기가 아닐까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일가를 이룬 중장년의 아저씨들이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 성과에 기뻐하는 모습은 지금도 앞으로도 ‘남자의 자격’을 통해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남자의 자격’과 ‘아빠! 어디가?’는 모두 웃음이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자신들의 색깔을 지켜가는 것이 다른 버라이어티보다 더욱 중요하다. 이슈와 독특한 콘셉트, 순간순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찾는 시청자보다 프로그램과 감정을 같이하며 편안한 웃음을 찾는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살벌한 주말 예능의 전쟁터에선 ‘쉼터’같은 존재다. 마치 한국전쟁 한 복판에서 발견한 ‘동막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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